여성 안수 관련 ‘여성 리더십에 대한 신학적 모색’ 포럼 열려

▲ 2일 열린 ‘여성 리더십에 대한 신학적 모색’ 포럼 모습

한국의 대표적 보수교단 곧 예장 합동ㆍ고신ㆍ합신 등은 여성 안수를 금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교단에는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가 없다.

예장 합동에서는 지난해 12월 총회가 운영하는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송년예배에서 ‘총신에도 여성 안수의 길이 열리기를’위해서 기도한 이 학교 강사의 강의가 개강 직전 페강되거나 다른 강사로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여성 안수 허용’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개혁연대, 2.0목회자운동, 한복교연 등은 2일 저녁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여성 안수, 신학적 확신에 도전한다’는 제목으로 여성 리더십을 신학적으로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여성 안수’에 반대하는 이들이 반대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성경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행적이 기록된 복음서가 아니라 바울의 서신서들이다.

그 중에서도 ‘여자의 머리는 남자’라고 기록된 고린도전서 11장 2-16절,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하는 고린도전서 14장 34-35절, 그리고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고 하는 디모데전서 2장 8-15절이 대표적 본문이이다.

이 본문들 중에서 가장 문제되는 구절은 디모데전서 2장 8-15절이다.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이들은 이 본문이 ‘남성의 헤드십만을 인정하고, 남성의 헤드십에 복종하는 것이 창조의 원리’라도 주장하며 여성의 영적 지도력을 인정 않고 결과적으로 여성 안수를 반대한다.

이날 포럼에서 구약학자인 박유미 전 총신대 교수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여성 지도자들의 존재를 통해, 신약학자인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는 직접 해당 구절들의 석의를 통해 그러한 주장들이 잘못됐음을 반증했다.

박유미 교수는 모세의 누이인 미리암 선지자, 여 사사이자 선지자인 드보라, 열왕기하 22장 14절 이하에 등장하는 여선지자 훌다, 그리고 사무엘하 20장에 등장하는 아벨성의 ‘지혜로운 여성’ 각각의 사례를 통해 ‘여성 지도력이 창조의 원리를 거스르는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박 교수는 이에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이 다르지 않다면 여성을 교회의 지도자로 세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울의 서신을 인용해 ‘여성들이 가르치는 것을 금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구약 시대에 미리암, 드보라, 훌다는 물론 신약 시대에 안나(눅 2:36)와 빌립의 네 딸들(행 21:8-9) 같은 여 선지자의 존재를 근거로 반증했다.

하나님께서 구약시대나 신약시대 모두 여성이 말씀을 가르치고 전달하다는 것을 허락하셨음 의미하는데, 신약에서의 목회자는 하나님 말씀을 전달하고 교육시킨다는 점에서 구약의 선지자와 유사한바 여성이 목회자(목사)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성경 구절을 석의한 조석민 교수는, 문제가 되는 3개의 구절은 바울이 여성을 차별해 교훈한 내용이 아니며, 여성 리더십을 부정하는 가르침이 절대 아니기에 이 본문들을 여성 안수를 부정하는 본문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그는 “고린도전서 11장 2-16절은 여성이 공적 예배에서 기도하거나 예언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질서를 위해 머리를 가리라고 교훈한 것”이라며 “오히려 고린도교회의 여성 예언자는 오늘날 공적 예배에서 설교를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린도전서 14장 34-35절은 ‘공적 예배로 모일 때 질서를 위해 남자들이 교회에서 침묵하는 것처럼 여자도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참조 14:25-40)”라면서 이 본문도 여성 리더십에 관해 얘기하는 본문은 결코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문자 그대로 여성 안수를 하지 말라는 근거로 제시되는 디모데전서 2장 11-15절은 당시 이단의 가르침에 속아 그것을 가르치는 여성 지도자에 대한 교훈과 지침”이라며 “본문을 여성 안수 시행하는 일에 적용하는 것은 바울의 의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조석민 교수는  “한국 개신교 안에서 여성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성서의 구절들에 근거한 것이기 보다, 이미 한국 사회의 제도와 전통문화 및 종교 속에서 길들여진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도의 사상과 관습에 깊이 영향을 받은 결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참고로 여성 안수 곧 여성 사제를 금하고 있는 가톨릭은 그 근거를 교회의 전통 곧 교회법에서 찾는다. 하나님께서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교회의 전통과 관례에 따라서 그것을 지키고 있고, 계속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톨릭 교회법은 제1024조에서 세례 받은 남성만이 서품을 받을 자격으로서 교회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오직 남자들만 제자로 선택하신 것처럼 교회가 남자들만을 사도들의 후계자로 선택해온 것이 교회의 관례’며 '이러한 여성 사제 금지는 하느님의 뜻에 일치한다는 것이 교회 교도권의 일관되고 변함없는 가르침’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톨릭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여성 사제 허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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