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목회자 “통일 후 북한에 세워질 모델 교회를 꿈꿉니다.”

홍대 인근인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공원 입구에 위치한 ‘성지에서온교회’(예장통합 소속)를 개척, 4년째 목회 중인 손정열 목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바로 탈북민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닥친 기아 사태로 아버지를 여의고 식구들이 아사 직전에 이르자 북한을 탈출, 2004년 한국에 입국한 손정열.

그는 2005년 굿피플이 탈북민들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개설한 자유시민대학에 다닌 게 인연이 돼 목회자가 됐다.

자유시민대학을 마칠 무렵 학교 관계자의 권유로 그해 11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운영하는 오순절사랑훈련학교 72기로 입학, 오산리기도원에서 3박4일 일정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박2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감흥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그는 2일째 되는 날 기도하던 중,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회개의 눈물과 죄 사함에 대한 주님의 확답을 경험하며 주님의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때 ‘북한 복음화’에 대한 강렬한 소명을 받았다. 이후 그는 북한 복음화를 준비하는 목회자가 되고자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입학해 신학부 4년, 신대원 3년, 일반대학원(신학석사) 2년 등 짧지 않은 터널을 통과했다.

당시 이미 가정까지 꾸린 그였기에 생계비와 학비 마련을 위해 치킨집 주방 알바, 에어컨 설치 알바, 주유소 알바, 건설현장 알바를 해가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내야 했다.

2012년 11월, 신대원 마지막 학기를 마쳐갈 무렵 진로를 놓고 늘 올라가던 청계산기도원에서 “하나님, 저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기도하던 중 그는 ‘교회를 개척하라’는 마음의 큰 감동을 받아 이듬해인 2013년 1월 20일 현재의 마포구 창전동 와우공원 근처에 교회를 개척했다.

하나님께서 요한복음 17장 6절 “세상에서 내게 주신 사람들에게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나타내었나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것이었는데 내게 주셨으며 그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었나이다”라는 말씀을 통해, “교회를 개척하면 내 백성을 보내주겠다”고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교회개척 의사를 주위에 알리자 모두가 그를 말렸다. 개척을 하면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한국교회의 성도가 단 한명도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탈북민으로서 교회를 개척한다고 하는 것은 속된 말로 ‘미친 짓’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의 말씀만을 믿고 교회를 개척했다. 하나님께서는 주신 말씀처럼 당신의 자녀들을 교회로 보내주셨다. 특별한 전도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인원은 20명 정도 되었다. ‘교회 개척 성공률 1%’ 시대에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 덕에 손 목사는 개척 첫해부터 지금까지 도배봉사, 전기온수기설치봉사, 북한음식나눔행사, 마초구장학생지원바자회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청년들로 구성된 해외단기선교봉사도 진행 중이다. 그의 비전은 청년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품고 지역과 열방을 섬기는 것이다.

교회 개척 4년차를 맞는 2016년, 하나님께서는 손 목사에게 ‘통일 후 북한에 세워질 모델 교회’ 도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하셨다.

“통일 후 북한에 세워질 교회의 모델은 특정 계층 사람들만을 상대로 하는 이른바 ‘특수 목회’가 아닌, 지역 속에 뿌리 내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말 그대로 ‘로컬처치(local church)'여야 합니다.”

이에 손정열 목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서려 한다, 무조건 복음을 전하기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교회를 동네 사랑방으로 착각할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다.

교회를 개척할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대로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 사람들을 상대로만 목회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교회가 속한 지역 공동체 안에 미리 맡기기로 준비해 두신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미 ‘북한 음식 나누기’ 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음은 물론, ‘EM비누 공방’을 열어 전업 주부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수제 EM비누 및 방향제, 천연모기퇴치제 등을 제작함은 물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통일이 됐을 때 북녘 땅에 제2, 제3의 ‘성지에서온교회’가 세워질 수 있도록 성도님들과 함께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주신 꿈인 ‘통일 후 북한에 세워질 모델 교회’를 세우는 일에 혼신을 다할 것입니다. 성지에서온교회가 지역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을 때 곧 북한에 세워질 교회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흔히 통일을 말할 때 ‘북한 인권’이니, ‘비핵화‘니, ‘평화’니 하는 거대 담론들에 집중하는 이들과 달리 지역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그것들을 찾기에 여념 없는 손정열 목사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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