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6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어제, 이곳 독일 남부지역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어젯밤은 창을 열어 놓고 아침까지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밤을 새다시피 하였다.꼭 설교준비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세월호….

두해전의 일인데도 여전히 마치도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미안함과 죄의식, 연민과 복잡한 감정에 젖어들게 한다.

결국 오늘, 두해 전 광화문에서 어느 어머니로부터 받은 노란색 리본이 달린 ‘꼭! 기억할게’ 라고 적힌 작은 막대를 제단(Altar)에 올려두고 예배를 드렸다.

몇 해 후면 목회자로서 30년을 맞게 되는 데 이런 행동은 도무지 처음이다.

예배학을 전공한 분들이 어떻게 말을 하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젯밤 내내 빗소리를 들으며 들었던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어떻게 가누지를 못할 것 같았다.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전범국가인 독일은 종전 후 자신들의 범과를 집단적 죄(Kollektivschuld)로 보아야할지 혹은 저지른 범과에 대한 집단적 책임(Kollektive Verantwortung)으로 여겨야할 지에 대해 철학적인 견지에서 사회적 논의를 갖는다.

어느 경우든 잘못을 시인하고 그로인해 발생한 폐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은 자명하다.

독일개신교회(EKD)는 나치 하에서 교회가 철저히 저항하지 않고 약자들에게 연대하지 않았던 죄과에 대해 하나님 앞에, 민족 앞에 참회하는 슈투트가르트 죄책고백(Stuttgarter Schuldbekenntniss, 1945)을 함으로 고백교회의 정신으로 다시 시작하였다.

엄청난 일을 겪고 나서 다시 시작하려면 그에 대한 규명과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나마 며칠 전의 국내 선거결과가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이 결국은 하늘의 뜻을 이루는 방향으로 역사를 이끌어 가고 계심을 깨닫게 해주심에 이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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