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아렌다 쓰레기 마을 울린 고 조태환 선교사 이야기 담아

24일 종려주일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고난주간을 앞두고 기독교인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가 21일 개봉돼 관심을 모은다.

2009년부터 기독 다큐 ‘소명’ 시리즈를 만들어 온 신현원 감독(제자교회)의 네 번째 작품 ‘소명-하늘의 별’이 그 힘들다는 개봉관 배정 경쟁을 뚫고 21일 전국 CGV극장에서 개봉됐다. 배정된 상영일은 4일간이다. 이 기간동안 소정의 관객 이상이 들면 연장 상영이 가능해 기독교인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인 ‘소명-하늘의 별’은 필리핀 쓰레기마을 선교사로 헌신하다 2010년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고 조태환 선교사의 삶과 그의 뒤를 이어 선교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고 조태환 선교사는 1999년, 3년간 막노동으로 번 5000만원으로 필리핀 마닐라 인근 빈민촌 아렌다 쓰레기 마을에서 교회를 세우고 어린이들을 돌봤다. 태풍, 홍수로 집을 잃은 빈민들을 위해 사랑의 집짓기를 시작했고 8채의 집을 지었다.

2010년 8월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7명의 후원자를 태우고 집으로 향하던 조태환 선교사는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차에 탄 일부 후원자들은 끌려 나가 금품을 빼앗겼고 납치 피납 일보직전이었다.

괴한 중 한 명은 운전석에 앉아있던 조 선교사에게 내릴 것을 명했다. 조 선교사는 의자 뒤에 숨어 있는 두 명의 아이가 발각되지 않게 하기 위해 거부했다. 그러다 결국 괴한이 쏜 총을 맞아,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됐다. 44세의 젊다면 젊은 나이였을 때다.

신현원 감독은 2010년 촬영차 네팔에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조태환 선교사의 필리핀 총기 피살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그는 속으로 ‘선교사님이 왜 총에 의해 피살됐지?’라는 의문을 품었으나 그 뿐이었다.

인천공항에 내린 신 감독은 아는 선교사 사모님과 딸의 일을 돕던 중 최종 목적지가 고 조태환 선교사의 분향소임을 알게 됐고, 신문에서 기사를 본 탓인지 일면식도 없지만 조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문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분향소에 사람이 너무 없었던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열심히 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조문을 많이 와서 마지막 사는 길을 봤으면 좋으련만…’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선교사님의 가시는 길을 기록으로라도 남겨두자’고 생각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즉시로 카메라를 챙겨 가지고 분향소로 가서 촬영을 시작했다. 장례식 뿐 아니라 조 선교사를 떠나보낸 가족, 특히 사모님의 삶을 계속 촬영했다. 그렇게해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소명-하늘의 별’이다.

‘소명-하늘의 별’은 지난해 한국민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 고 이태섭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울지마 톤즈’와는 달리  고 조태환 선교사의 삶보다는 선교사를 보낸 이후 그 가족의 삶에 대한 기록물이다.



▲ 장례 후 맞은 첫 주일예배 찬양 도중 강단에 주저 앉아 오열하는 오순옥 사모 (영화의 한 장면)

장례를 마친 오순옥 사모는 두 딸 예은과 하은을 데리고 다시 필리핀의 쓰레기 마을 아렌다로 향한다. 두 달 만에 되돌아온 그곳에는 고 조태환 선교사의 흔적이 너무도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순옥 사모와 두 딸은 슬픔을 애써 참았다. 남편이 개척한 아렌다평강교회 식구들을 위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맞는 첫 번째 주일예배 때 남편 대신 말씀을 전하기 위해 강대상에 오른 오순옥 사모는 성도들과 함께 찬양하던 도중 끝내 오열하고 만다.

성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강단 밑으로 주저앉아 한참을 오열한 오순옥 사모는 강단에 설 힘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환한 미소를 띠며 설교를 마치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껴안으며 그들을 위로했다.

이후 오순옥 사모와 두 딸은 고 조태환 선교사의 뒤를 이어 아렌다 마을을 섬기며 아렌다 주민들의 집을 고쳐줌은 물론 망가진 그들의 영혼을 돌보고 있다.

“이 땅에서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교회가 세상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 시점에 크리스천은 낮은 데로 임하신 주님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삶과 발자취를 살려고 애쓰는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평가는 관객들의 몫입니다.” 신 감독의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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