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기독인 철학자, 기독교철학회 주관 기독인문아카데미서 ‘쓴소리’

▲ 강의 중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책을 펴내는 등 여전히 활동 중인 96세의 기독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맛을 잃고 사람들에게 밟히는 신세가 된 한국교회를 향해 “교리를 가르치지 말고 기독교의 진리를 가르치라”고 쓴소리 했다.

12일 저녁 백석대 진리동에서는 한국기독교철학회가 주관하는 기독인문아카데미 첫 강의가 열렸다. 60명으로 사전 등록을 마감한 관계로, 수강을 희망했던 많은 이들이 참석할 수 없었던 아쉬움 속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

2시간의 강의 중 후반부 1시간은 서서 강의를 할 정도로 건강한 기력을 과시한 김 교수는 ‘역사 속 기독교의 위상’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역사 속에서 ‘여호와 종교’가 오늘날의 ‘기독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강의함으로써 오늘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기독교가 세상으로부터 염려의 대상으로 전락한 원인을 목회자들이 진리 곧 기독교의 정신을 가르치지 않고 해당 교파의 교리를 가르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진리가 되는 성경의 말씀이 개인의 삶과 가치로 스며들게 해야 하는데 헌금, 기도, 교회봉사 등과 같은 교리들만 가르침으로써 현대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을 잃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지식인들이 교회에서가 아니라 책 곧 성경을 통해서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찾으려 한다며, 오늘날 새로운 무교회주의가 확산되는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교회에서 진리를 배울 수 없기에 교회에 출석을 하지 않고 성경과 책을 통해서 진리를 곧 기독교 정신을 배우려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나는 목사님 설교를 듣고 신앙을 갖지 않았다. 책을 읽고 신앙이 생겼다. 예수님 말씀이 내 인생관이 됐고 그것을 절대 버릴 수가 없었다. 예수님은 사람에게 인생의 목적과 방법을 가르쳐주셨다”면서 “예수님의 말씀이 나의 인생관, 가치관이 되면 그것이 진리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수는 “사람들은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리를 받아들인다. 목사님들이 진리가 아닌 교리를 가르치기 때문”이라며 “어린 아이들에게 자꾸 교리를 가르치지 말라. 그럼 애들이 어른이 돼서 고민이 생긴다. 헷갈리게 된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중세시대 천주교가 범한 가장 큰 잘못은 진리를 교리로 바꿔놓은 것”이라며 “당시 교회는 ‘교회가 중하냐, 사회가 중하냐’ 했을 때 사회가 교회를 섬겨야 한다고 했고, ‘진리가 중하냐 교리가 중하냐’ 했을 때 교리가 중요하다는 데 일치했는데 가장 큰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세 교회가 왕권 이상의 권위를 가지면서 타락하기 시작했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내버리고 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교회주의를 따랐다”며 “기독교 정신을 버리고 인간적인 것을 받아들인 교회는 오히려 사회에서 폐쇄되고 역사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프랑스 혁명에서 민중이 원했던 건 자유, 평등, 박애였는데 이것은 기독교 정신 아니냐”면서 “당시 프랑스 교회들이 교회를 지키기 위해 그리스도의 정신을 바리고 사회를 버렸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김 교수는 “영국의 경우 북쪽 장로교가 가난한 이들을 책임졌고 남쪽 감리교가 인간의 자유, 존엄, 희망을 강조했으며, 런던 빈민굴에서 구세군이 나와 민중을 도왔다”면서 “이 같은 종교가 있어 영국은 프랑스 혁명과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이러한 역사 속의 교훈을 통해서 찾을 것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대교회가 되니 부흥했다 하는데 그런 생각은 중세시대 교회의 생각과 같다”며 “교회가 커도 그리스도의 정신이 있으면 괜찮다. 작아도 그 정신만 살아있으면 된다. 하지만 교회가 크기만 하고 그리스도의 정신이 없으면 결국 빈집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세상 속의 정치인, 기업가, 젊은이들이 스스로 방향을 알 수 없을 때 ‘우리 목사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들어보고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교회에 올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교회가 줄 게 없는데 누가 교회에 오겠느냐”고 쓴 소리했다.

이어 “교회 키우는데 신경 쓰기보다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진 인물을 기르는 데 힘을 써야 한다”면서 “그래서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진 인물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할 때 예수님이 그렇게 되신 것처럼 기독교는 참된 권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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