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신학자들 ‘주체성 회복’ ‘사랑의 휴머니즘’ ‘회개하는 신앙’ 담아
종교간 대화의 신학과 아시아 신학을 펴다 1992년 감리교에서 출교돼 감신대 학장직은 물론 목사직, 신자직마저 잃은 지 3년 만에 세상을 뜬 변선환 박사(1927~1995).
그의 20주기를 맞아 그를 신학적 스승으로 여기는 후학들이 불통과 불투명의 시대에 그의 뜻과 정신을 기려 그가 추구한 한국신학을 계승 발전시킬 것을 선언했다.그의 제자들이 만든 단체 변선환아키브를 비롯, 감신대 이정배 교수 등 감리교회의 신학자들은 6일 오후 그의 ‘20주기 추모 학술 문화제’가 열리는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 일아 변선환 20주기 추모를 즈음한 한국신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선생님께서 감리교단으로부터 버림받음을 무릅쓰고서 지키시고자 하셨던 뜻은 주체성의 회복, 사랑의 휴머니즘, 회개하는 신앙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어 “회개하는 신앙을 바탕으로 이 땅에서 주체적으로 사랑의 휴머니즘을 실현하고자 했던 선생님의 꿈은 감리교 영성의 뿌리인 선행은총론을 현대적⋅상황적⋅주체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적 감리교 신학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은 “선생님 서거 20주기를 맞아 선생님께서 꾸셨던 꿈이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 비통함을 금치 못한다”면서 “새로운 도약의 의지지를 모아 ‘한국신학선언문’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밝혔다.‘한국신학선언문’에서 이들은 그의 출교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대화의 신학과 종교해방신학을 다시 세워 이 신학이야말로 불통과 불투명의 시대인 한국사회와 교회가 걸어야 할 길임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생이 추구했던 종교해방신학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교회의 개혁정신을 계승하는 교회개혁의 신학이고, 다원화된 사회의 만남과 소통을 촉구하는 사회적 대화의 신학이며, 억압되고 가난한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듬고 연대하는 생명해방의 신학이라는 이유에서다.한편 지난 5일 개막된 ‘고 일아 변선환 학장 20주기 추모학술문화제’는 오는 8일까지 변선환 어록 작품전(7일) 및 추모예배, 심포지엄 및 출판기념회(이상 8일) 등의 행사로 진행된다.
다음은 ‘한국신학 선언문’ 전문이다.
종교해방신학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교회의 개혁정신을 계승하는 교회개혁의 신학이고, 다원화된 사회의 만남과 소통을 촉구하는 사회적 대화의 신학이며, 억압되고 가난한 생명을 우선적으로 보듬고 연대하는 생명해방의 신학이기 때문이다. 일아 변선환 선생님의 추모 20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신학적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하는 감리교회의 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한국신학이 나아갈 길을 선언한다.1. 우리는 일아 변선환이 추구한 타종교에 대한 사랑의 정신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자비가 모든 민족과 종교 안에 공평하게 활동하신다고 고백하며, 지속적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대화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일아 변선환이 추구한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하여 한국의 모든 교회들이 함께 연합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이에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면서 사회적 해방의 실천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던 한국의 ‘상황신학’과 민중신학의 정신과 맥을 계승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의 초석임을 인식하여 한국의 독립과 통일을 도모하던 통일신학의 맥을 이어 발전시키며, 한국의 사상과 민중을 함께 사유하면서 한국적 얼의 사상을 발전시킨 흐름과 한국적 아름다움을 신학적으로 승화시켜 나간 예술신학의 사상적 보고들을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선언한다. 6. 한국신학은 전 세계적인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매개하며 소통하는 화해의 신학이 될 것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한국신학은 ‘한반도’라는 시공간에 한정된 이들의 신학이 아니라, 거기에서 낮은 데로 임하신 그리스도의 마음과 눈으로, 가난하고 억눌리고 차별받고 배제된 하나님의 이웃들을 아시아와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찾아 연대하고 대화하는 신학임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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