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인류적 자산 관리부실 경희대 대신 ‘제3의 공익단체’ 관리 바래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하게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 중인 경희대 혜정박물관장 김혜정 석좌교수가 오는 24일 직위해제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심문기일을 앞두고 ‘유물 관리 주체 변경 희망’ 의사를 피력했다.

김 관장측 관계자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희대의 처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한 배경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는 김 관장이 퇴거 조치로 인해 박물관 내부에 들어갈 수 없으니 이를 해제해 달라는 취지며, 다른 하나는 유물 관리 주체 변경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유물들이나 개인 물품들에 대한 상태를 확인하고 해야 하는데 퇴거조치로 인해 들어갈 수 없어 내부에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한바, 직위 해제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이를 해결하고자 서울북부지검에 가처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가적이나 문화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많은바, 경희대 측이 관리할 의지나 여력이 안 되면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나 지자체 등 제3의 공공단체가 있을 경우 그쪽에서 관리토록 하겠다는 취지”라며 “관장님은 기증한 유물에 대하여는 개인적으로 다시 되찾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혜정 관장은, 경희대 측이 기증 자료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시설을 지원하고 유물들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2002년 맺은 증여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계약해제 내용증명을 보냈다.

경희대 측이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복구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유물에 대한 인도를 청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관장의 입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재일교포3세인 김 관장은 2002년 경희학원 설립자인 고 조영식 이사장의 간청을 받아들여 약 40여년 간에 걸쳐 수집한 고지도를 포함한 유물과 사료들을 경희대에 무료로 기증한 바 있다. 당시 김혜정 교수가 기증한 고지도 등은 컨테이너 13대 분량에 달한다.

그 중에는 독도는 물론 대마도까지 우리 영토로 표기된  김정호의 1800년대 중반 고지도 ‘해좌전도’,  1천 년 전 가죽에 그린 잉카 지도, 1595년 벨기에에서 제작한 일본 열도, 1655년 한반도의 형태가 정확히 그려진 중국 지도첩 등도 있다.

한편 경희대측(혜정박물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단 누수 문제는 긴급 처리돼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며, 훼손된 유물들에 대한 대책을 전문과들과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항온항습기 구매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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