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구원 ‘한국교회, 마르틴 루터에게 길을 묻다’ 심포지엄 개최

▲ 백종국 교수(외쪽 두 번째)의 주제 발표 모습

“교회의 정치체제는 신이 지배하느냐 인간이 지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의 지배하에 있는 인간의 공동체들이 어떤 체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500주년을 2년 앞두고 ‘한국교회가 민주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주최 ‘제2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연속 심포지엄’에서다

루터는 이날 주제 발제에 나선 백종국 교수(경산대)의 글을 ‘민주적 교회 체제가 가장 성경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민주적 교회정치체제만이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백 교수는 “루터는 민주적 교회체제가 가장 성경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그의 만인제사장론에 따르면 목사를 비롯한 사역자들의 선택과 교회재정의 관리는 모든 회중이 공동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누구도 독재적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백 교수는 한국교회(개신교를 일컬음)가 ‘민주주의’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문제 중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본주의’ 내지는 ‘신주주의’를 ‘민주주의’의 반대말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가.

백 교수는 “정치체제 문제는 ‘신이 지배하느냐’ ‘인간이 지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의 지배하에 있는 인간의 공동체들이 ‘어떤 체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면서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바로 ‘독재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은 교황에 의한 독재주의를 선택한 반면에 개신교는 회중에 의한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면서 “개신교 내에서 신본주의나 신정주의나 신주주의와 같은 게토화된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신앙에 있어서 무지하거나 성도들을 속이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루터의 종교개혁정신에 따르면 교회란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로서 인간들의 공동체인 이상 민주적이거나 독재적인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교회 운영의 제반 사항을 교황이나 사제나 목사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독재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며 종교개혁정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한국의 많은 교회들은 루터가 그토록 강력히 공박했던 '복음의 사제주의적 왜곡'으로 말미암아 독재주의(담임목사에 의한 독재)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사제주의적 경향이 강해지고 목사의 독재권이 점점 강해지면서 한국교회 내의 윤리적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실상이라고 백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한국 개신교의 경우에도 재정적 부패, 성윤리의 타락, 목회세습 등이 대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종교개혁정신과 충돌하는 한국식 사제주의가 바로 최근에 목격되고 있는 한국 개신교 혼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 교수는 “개신교의 이름하에 자행되는 사제주의적 독재로 인해 적지 않은 성도들이 ‘가나안 성도’로 변하고 있다”면서 한국 개신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담임목사의 독재를 위해 쌓아놓은 담을 허물고 민주적 체제로 복귀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목양권”, “당회장권”, “설교권”, “축도권”, “안수권”, “세례권”, “치리교권”과 같은 배타적인 권리 주장 및 스스로를 “성직자”로 참칭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사역자의 임기제”, “의사결정의 민주화”, “재정의 투명성 보장” 이상의 3가지 핵심 조항들이 담긴 민주적 정관을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재 체제가 가톨릭의 사제주의를 담기에 적합한 그릇이라면 민주 체제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담기에 알맞은 그릇이고, 개신교의 정관(定款)이나 헌법(憲法)은 이러한 그릇을 구성하는 핵심적 수단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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