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관장 “징계 이유 사실 아냐···소환 절차도 없이 일방적 정죄” 주장

▲ 김혜정 관장은 자신의 언롭 행위가 징게의 진짜 이유라고 주장 중이다.(사진은 MBC뉴스 화면 캡쳐)

독도와 대마도를 조선의 영토로 표기한 19세기 중반 김정호의 '해좌전도'를 비롯해 일본과의 독도 분쟁에서 중요한 사료로 인식되는 지도들이 대거 보관돼 있는 경희대 혜정박물관.

이 박물관 관장 김혜정 석좌교수는  지난달 17일 학교로부터 징계 및 직위해제 결정을 통보받았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감사결과 공금 횡령 및 기증유증 반출‧망실 등 비위행위가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징계 수위는 오는 17일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김혜정 관장은 ‘직위해제는 학교 측 보복’임을 주장하며 법원에 직위해제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적극 반발에 나섰다.

김 관장은 학교 측이 징계를 내린 이유를, 자신이 학교 측의 부실 지원으로 인한 혜정박물관 소장 자료 훼손의 심각성을 알리는 글을 각 언론사에 보내 지난달 10일부터 14일 사이에 관련내용이 공중파 방송은 물론 언론들에 보도되게 한 것에 대한 보복에서 찾았다.

김 관장은 “학교 측은 14일 MBC 보도가 나간 뒤, 17일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및 조사 절차가 없었음은 물론 직위해제를 결정함에 있어서 자신을 소환하거나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서 “이는 분명한 보복성 징계”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관장은 “학교 측이 내세운 징계 사유도 언론을 통해서 알았고, 설상가상 학교 측이 내세운 징계 사유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4년 3월 23일부터 4월 6일 ‘세계고지도로 본 동해’ 외부전시회를 진행하면서 개인 지급 인건비, 기념품 판매수익, 전시장설치비용 일부 등 976만384원을 횡령했다‘는 건에 대해서는 경희대학교에서 지원하는 박물관 운영자금과 무관한 전시회 행사 비용으로서, 2014년 3월 당시 직원이 임의로 업체에게서 리베이트 조로 수수한 것을 사후에 적발해 돌려보내도록 한 것이고, 실제로 박물관의 유물 관리 비용 등으로 사용되었을 뿐 사적 용도로 지출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개인 소유 유물 30점을 교비로 구입했다’는 건에 대해서는 학교 측과의 사전 협의 하에 유물을 선구매하고 당해 연도 또는 다음 연도의 예산으로 집행하여 온 것일 뿐, 교비로 개인 유물을 구입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무단 반출’에 대한 것은 자신이 소유한 장식용 지도를 수리를 위해 잠시 박물관에 놔두었던 것을 직원이 무단 반출한 뒤 회수하지 않은 건, 한 건 있었을 뿐, 기증한 유물을 집으로 무단 반출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3세인 김혜정 관장은 지난 2002년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번 돈을 바탕으로 약 40여년 간에 걸쳐 수집한 고지도 약 8만여점(약 1,000억원 상당)을 경희학원 설립자인 고 조영식 이사장의 적극적인 간청을 받아 경희대에 이를 전체 무료로 기증하며 경희대와 인연을 맺었다.

혜정 박물관 내에는 김 관장이 학교에 기증한 고지도 8만점 외에도, 개인 소유의 유물 약 17~8만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김 관장의 주장에 따르면 고지도를 기증하기로 한 당시 경희대는 김 관장에 고지도 등의 유물을 제대로 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의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온도/습도 관리를 위한 기본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곳에 유물을 방치하고, 관리예산마저 지속적으로 삭감했다.

관리 부실로 수장고 천장에서 빗물이 새어, 고지도에 곰팡이가 피고, 좀이 먹어 유물에 대한 훼손이 심각해지자 김 관장이 학교측에 박물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구하는 청원서를 여러 차례 보냈으나, 학교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결국 김 관장은 각 언론사에 ‘언론 제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언론 취재를 요청해, 각 언론사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편, 학교측은 모 언론을 통해 혜정박물관의 운영 및 지원에 대해 관리비는 현재 관리팀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보습제 구입 등에 대한 예산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삭감된 예산도 유물구입비와 해외출장비, 액자비, 유물복제비 등 유물관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내용의 예산이라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김혜정 관장은 법원에 학교측의 직위해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으며, 학교측은 혜정박물관을 임시폐쇄하고 문을 걸어 잠근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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