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하는 듯한 ‘합의문’ 한기총에 의해 언론에까지 공개돼

한기총과 성명서 공방을 주고받던 기하성여의도총회(이하 여의도총회)가, ‘서로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문구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 한기총의 모든 요구를 수용한 듯한 합의문을 작성한 사실이 한기총에 의해 공개됐다.

▲ 여의도총회와의 합의서가 공개된 5일 한기총 임원회 모습

여의도총회가 해야 할 일들만 가득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5일 열린 임원회에서 지난달 28일 여의도총회 이영훈 총회장과 합의한 문건을 공개한 후 한기총 공식문서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고, 실행위원들은 이를 통과시켰다.

합의문에 따르면 합의 항목 6개 중 제3항 “한기총과 기하성 그리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회원 교단 및 교회로서 상호 존중하고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 협력하며 서로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다”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여의도총회가 한기총의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한 일종의 ‘항복문서’를 연상케 한다.

제3항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기총이 이행해야 할 사항은 하나도 없고 여의도총회가 지켜야 할 사항만이 합의하는 이름으로 문안 작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쩨 항목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조 목사에 대해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장로들을 면직하기로 약속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한기총이 성명서 등을 통해 계속 여의도에 요구해 온 사항인바, 여의도가 한기총의 요구에 이행을 약속하는 모양새다.

두 번째 항목은 여의도총회 실행위원회에서 한기총에 대한 행정보류 해제를 안건 상정한 후  통과되면 한기총 회원교단으로서의 의무를 다한다고 하는 내용이다. 이 또한 한기총의 일방적 요구사항에 이행을 약소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실제로 여의도총회는 지난 4일의 실행위원회에서 이대로 처리됐다.

네 번째 항목은 최성규 목사의 한기총 명예회장 복귀문제에 관한 것으로, 여의도총회가 한기총에 복권을 건의하고 최 목사는 소명서를 제출해야함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복권을 구걸하는 모양새일 뿐 아니라, 한기총이 최 목사의 복권을 담보한다는 문구는 하나도 없다.

다섯 번째 항목은 앞서의 사항들이 합의되면 부활절 연합예배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개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의 개최가 불발돼도 한기총이 잃을 것은 하나도 없는 항목이다.

여섯 번째 항목은 ‘WCC 4인 공동선언문을 지지한다’는 것으로서 그야말로 합의가 아닌 충성맹세를 한 조항이라 볼 수 있다. 합의서 서명의 당사자인 이영훈 목사는 에큐메니컬 진영을 대표하는 NCCK의 직전 대표회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일방적 내용의 합의문이어서인지 작금의 상황은 한기총이 비공개하기로 한 약속을 깨고 공개했다고 여의도총회가 볼멘소리를 하는 형국이다.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교단 핵심 관계자들에게조차 공개되지 않은 합의사항이 한기총 임원회의에서 급작스럽게 발표되고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여의도총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당혹스러움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는 “두 사람만의 비밀 회담으로 비공개를 약속한 사안인데, 합의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약속을 깬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다음은 합의서 전문이다.)


합  의  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이하 한기총)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총회장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는 한국 교계의 일치와 화합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하는 바이다.

1. 조용기 목사님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한국 기독교에 영향을 끼치는 분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님에 대해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교회법에 따라 면직하기로 한다.

2. 기하성여의도는 3월 4일 실행위원회에서 한기총에 대한 행정보류를 상정하고 실행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한기총 교단으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3. 한기총과 기하성 그리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회원 교단 및 교회로써 상호 존중하고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 협력하며 서로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다.

4. 최성규 목사의 한기총 명예회장 복귀문제는 3월 4일에 있을 실행위원회가 명예회장 복권을 건의하며, 최성규 목사는 한기총에 소명서를 제출한다.

5. 위 사항이 합의되면 부활절 연합예배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개최한다.

6. 동시에 WCC 4인 공동선언문을 지지한다.

2013년 2월 2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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