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천성교회, ‘바른 목회사역 계승’의 모델로 주목

▲ 한기설 원로목사(좌)가 송구영신예배에서 김두열 강도사 부부에게 안수 기도를 하고 있다.

후임 목회자 청빙과 관련 세습 문제로, 세습은 아니라 해도 원로 목회자와 후임 목회자의 갈등 문제로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바른 목회사역 계승’의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교회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로에 소재한 수원천성교회는 약관을 좀 넘긴 젊은 강도사가 담임 목회자며, 장년 성도 60여명에 불과한 작은교회다. 그런데 이 교회는 특별하다. 잘 한 후임 목회자 청빙으로 인해 꺼져가던 교회의 불씨가 되살아난 때문이다.

수원천성교회는 현 원로목사인 한기설 목사가 1981년 수원 매향동에 개척해 고난 중에 교회를 일궈 15년 만인 1986년 현재의 자리인 매탄동으로 이전했다. 이전할 당시만 해도 교회는 150여 명의 장년 성도가 출석하는 중형교회 규모였다.

그러다 11년 전 한기설 목사가 뇌경색과 심근경색 합병증으로 쓰러지면서 힘겹게 일궈온 목회 텃밭이 흔들리는 지경에 처했다. 발병 후 9시간 만에 발견됐기에 치료에도 불구하고  몸의 절반이 마비돼 설교도 힘든 정도가 됐다.

한기설 목사는 육체의 질고 속에서도 설교는 물론 목회활동에 소홀함이 없었다. 문제는 성도들이었다. 설교를 잘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하나 둘 떠나 한 목사가 은퇴할 무렵인 2012년 20여명의 성도만 남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기설 목사가 쓰러진 것은 현재 담임 목회자로 있는 김두열 강도사가 고3 때었다. 김두열 강도사는 한 목사의 권면으로 신학교에 진학했고, 외부 사역자를 초빙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대학교 1학년 말부터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등록해 20년 가까이 교회 울타리 속에서 나고 자란 김두열 강도사는 이후 10여 년 동안 교회의 성도이면서 사역자로서 한기설 목사의 지도 아래 교회를 섬기며 헌신했다.

김두열 강도사는 신학교를 갔을 당시 대형교회에서 목회하고픈 욕심과 어려서부터 엉덩이를 두들겨주던 분들을 모시고 목회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한 목사와의 상담을 거쳐 통합측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그러나 군종생활을 하던 중 ‘큰 목회’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아 ‘목사님 뜻대로 해야겠다’ 생각해 복무 중에 수원천성교회가 속한 교단(대신)의 대학원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한 목사는 손수 편지를 써서 김 강도사를 지속적으로 권면했다.

이러한 가운데 김두열 강도사는 지난 2012년 한기설 목사가 31년의 사역을 마치고 은퇴를 하면서 담임 목회자로 청빙됐다.

교회가 작은 탓에 외부 청빙이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한기설 목사의 교회를 맡아달라는 간곡한 부탁과 김 강도사를 적어도 10년 이상 지켜봐 온 성도들의 신뢰와 10년 동안 어눌한 설교에 아랑곳 않고 담임 목사를 섬기며 교회를 지킨 성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빚어낸 결과였다.

담임 목회자 부임 당시 너무 열악한(이른바 바닥까지 내려간) 교회 현실에 힘이 들었으나 원로목사로 물러앉은 한기설 목사님의 행보로 힘을 얻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김두열 강도사의고백이다.

하나님 앞에서의 평가를 우선시하는 한 목사가 은퇴하면서 자기 소유의 사택을 팔아 작은 곳으로 옮긴 차액 5,500만원을 청주에 교회를 개척하는 전도사에게 전액 지원했을 뿐 아니라, 본인 사택마저 교회에 양도를 한 것이다.

이후 김 강도사는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한기설 목사의 사역대로 섬김의 자세, 하나님과 성도들에 초점을 맞춘 목회를 펼쳐나가고 있다. (한 목사는 김 강도사의 요청에 의해 1년간 매월 1회 설교를 했으나, 올 들어 이마저도 거절했다.)

그 결과 20여명이던 장년 성도의 숫자가 60여명으로 늘었다. 김 강도사는 이 모든 것을 원로목사와 성도들의 공으로 돌린다. 어릴 적부터 보아 온 자신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위에 협조와 헌신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김두열 강도사는 “지금 은퇴 운운하는 것이 우습지만, 분명한 제 마음의 각오는 저 또한 은퇴 전, 5년에서 10년 정도 충분히 성도들과 호흡하면서 후임 청빙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고 우리 원로목사님처럼 저 또한 어떠한 기득권도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