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예수회교회(Heidelberger Jesuitenkirche) 제단화는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 성령강림 사건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회화적 언어를 통해 증거 한다.

예수회교회는 유럽의 오래 역사를 지닌 교회들이 그러하듯 원래 카톨릭교회로 사용되다가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도에게 수용된 성령교회(Heiliggeistkirche)를 의식해 그 인근에 반종교개혁의 기수 예수회에 의해 세워진 교회이다.

하이델베르크의 두 번째 성령교회로 18세기에 지어진 이 교회의 제단화가 성령강림을 묘사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제단화에는 천상과 지상의 장면을 표현한 두 개의 그림 사이를 벽면이 분할함으로 두 개의 공간영역이 구분되는 전형적인 바로크적 회화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성부와 성자가 있는 천상의 영역은 그로부터 일직선으로 하강한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사도들이 모여 있는 마가의 다락방 즉 지상의 영역에 임재 함으로 하늘과 땅, 영원과 시간이 구별되어 있으되 잇대어 있음을 나타낸다.

마가의 다랑방에 모여 있는 사도들 각 사람 머리위에 하나씩 임하는 불꽃 모양의 성령은 은혜 받는 자리에 모이기에 힘쓰되 은사는 각 사람별로 개별적으로 임해 각자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어로 교회(Kirche, 키르헤)를 뜻하는 말의 어원인 비잔틴 희랍어 퀴리아케(kyriakē) 즉 주님(Kyrios, 퀴리오스)께 속한 사람들의 모임이 성령의 피조물(creatura Spiritus)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성령 충만의 역사가 나타나는 장소(교회)가 질병과 근심, 실의와 좌절 가운데 하늘을 바라보거나 냉소하는 인간 군상들의 무리가 있는 곳(세상)과 경계선이  없이 연결됨으로
성령이 임한 근본 의미와 목적이 하늘의 뜻을 땅위에 실현하기 위한 교회와 성도의 사명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드레아스 뮬러(Andreas Müller), 페르디난트 켈러(Ferdinant Keller) 두 화가에 의해 1871년에 제작된 이 작품을 필자가 유독 맘에 들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토록 고귀하고 거룩한 하나님의 큰일이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갈릴리 사람들에 의해 증거 되는 것은 초대교회에서부터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었다(행  2:7).

로마제국(Imperium Romanum)의 주변부인 팔레스타인 그 중에서도 변방인 갈릴리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복음의 능력이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로마제국 전역에 확장되는 데에 사도 바울을 비롯해 하나님께서 오래 전에 예비하신 디아스포라 유대인이 큰 역할을 감당하였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오늘 영적으로 약화하고 선교동력이 쇠퇴한 유럽교회의 회복과 유럽재부흥을 위해  50여 년 전 이 곳 유럽에 갈릴리사람들과도 같이 이주노동자의 이름으로 도래한 디아스포라들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i Dei) 경륜을 대하며 크신 섭리 앞에 숙연함을 느끼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복구 후 독일 라인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1960-70년대  유럽전역의 경제성장과 사회복지가 갖추어지는 시기에 이른바 68혁명 등의 제반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변화, 교회내부의 신학적 변화 등이 맞물려 유럽교회는 전통적인 기독교왕국(Christendom) 유럽에서 이 천 년 간 누려오던 사회적 주류 지위에서  서서히 이탈하게 된다.

이는 유럽교회가 유럽사회에 대해 예전에 행해오던 영적인 영향력을 더 이상 발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 때 부터 도래한 이주노동자, 이주민, 난민의 물결 속에 유럽의 국가들은 다인종·다문화·다종교 이민사회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화한 현실에 직면해 유럽교회는 유럽인 자신만이 아니라 이주민들을 위한  선교적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데 세속화된 유럽사회 내에서 교회의 영적인 영향력이 약화되어 제 역할을 감당하는데 역부족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이슬람의 공격적인 진출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15세기 말 남부유럽에서 물러난 이슬람세력이 유럽 재이슬람화를 위한 전진기지로  영국을 택함으로 유라비아(Eurabia, 유럽+아라비아) 현상의 중심에 런더니스탄(Londonistan)이 있다는 신조어는 유럽의 급속한 이슬람화와 선교적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유럽교회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유럽교회가 약화되기 시작한 바로 이 시기에 이주민들이 유럽에 도래하게 하시고 이들로 디아스포라교회를 형성하게 하신다.

우리는 유럽 내 소수민족들의 이주민교회, 한인 디아스포라교회의 형성에서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유럽교회가 회복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가 있음을  신앙의 눈으로 읽어내야 한다.

마치도 아브라함과 이삭을 위해 아니 하나님 자신을 위해 모리아산의 희생제물을  여호와이레로 예비하신 것처럼 유럽대륙에 거주하는 거민들을 구원하시고 하나님  자신의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디아스포라 교회를 준비하신 하나님의 선교경륜을 고백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구원경륜을 이루시기 위해 오래전부터 유럽에 당신이 세우신 유럽인들의 교회(einheimische Kirche/native church) 뿐만이 아니라 이 역시도 당신 자신의 교회인 유럽에 이주해온 이주민들의 교회(zugewanderte Kirche/immigrant  church)를 하나님의 선교도구(Missionsinstrument Gottes)로 여기시고 각각의 부분(Teilhaben/partner)들을 통해 온전한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고자 하신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유럽 내 현지교회와 상대적으로 신생교회(junge Kirche)라 할 수 있는 비서구 이주민교회들이 유럽선교를 함께 이루어갈 수 있는 그 신학적인 근거가 하나님의 선교(God's Mission) 신학에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유럽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형성을 이루신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와  선교의 사명을 파악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은 2015 미션유럽컨퍼런스 ‘유럽 현지교회와 디아스포라 한인교회의 협력’ 발제에서)

이틀간의 성령강림절기를 맞아 지난 5월 25일(월), 슈투트가르트 쉬티프트교회(Stiftskirche  Stuttgart)에서 드려진 뷔르템베르크 주교회 관내 독일교회와 이주민교회 연합예배에 참석하였다.

예배당을 가득 채운 회중들의 모습을 대하며 유럽 현지인과 디아스포라 이주민, 하나님의 백성들을 불러 모으시고 유럽의 회복을 위해 파송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전략(Divine Conspiracy)을 깨달으며 든 단상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우리가 다 우리의 각 언어로 하나님의 큰일을 말함을 듣는도다” (행 2:11)   

▲ 하이델베르크 예수회교회 제단화
▲ 하이델베르크 예수회교회 제단화 세부, 성령강림사건
▲ 독일 뷔르템베르크주교회 성령강림절 예배, 슈투트가르트 쉬티프트교회
▲ 독일 뷔르템베르크주교회 성령강림절 예배, 슈투트가르트 쉬티프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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