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기독인연합, ‘그리스도인의 물질관’ 주제 학술대회 개최

“교회가 커져서 부자가 된 목사가, 전도사를 기사로 쓰며 대형 세단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흔히 보는 권력가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 21일 열린 숭싱대학교기독인연합 춘계학술대회 모습

“대형 세단 안 된다. 청지기이기 때문이다”

‘9포세대’로 불리는 청년들, 그 중에서도 기독대학생들은 어떤 물질관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학생 학술대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2015년도 숭실대학교기독인연합 춘계학술대회’가 그것이다.

숭실대학교기독인연합은 21일 저녁, 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그리스도인의 물질관을 살펴보는 학술대회를 대형 세단을 상징하는 특정 브랜드명을 담아 ‘목사는 에쿠스를 타도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개최했다.

두 건의 발제 중 황예지 학생(정치외교학과 11학번)의 ‘에쿠스를 타는 청지기?’라는 제목의 발제는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경제ㆍ소비생활을 ‘목사는 청지기’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황예지 학생은 ‘목사는 에쿠스(대형 세단)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목회자를 포함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청지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예지 학생은 “돈 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적인 것들은 하나님의 소유고, 우리(그리스도인)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그것들을 취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면서 “따라서 우리의 모든 물질 사용은 ‘청지기’의 사명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작은 나귀를 타셨던 예수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황예지 학생은 청지기로서의 목사가 대형 세단을 타서는 안 되는 이유로서 ‘하나님 앞에서 불의해 지는 문제’와 ‘가난한 성도들과 단절되는 문제’를 꼽았다.

그는 “사람의 욕심은 채워질수록 더욱 강렬해져 많이 가질수록 그것 자체에 마음을 빼앗겨 나중에는 예수님이 아니라 재물에 소망을 두게 된다”면서 “매일 하나님의 채우심에 따라 살지 않고 자신의 힘에 의지해 사는 삶은 하나님 앞에 불의한 삶”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때로 목사의 넘치는 부는, 성도들이 공감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깊은 신앙적 상처를 줄 수도 있다“면서 ”대형 세단을 타는 것이 한 영혼을 실족케 할 가능성이 있다면 목회자는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좋은 차는 더 좋은 차를 부르고 그 품격에 걸맞은 더 멋진 생활환경을 원하게 된다”며 “이는 호화로운 궁정이 아닌 작은 마을의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제자들에게 발을 씻기라고 명령하기보다 먼저 그들의 발을 닦아주셨으며, 사람을 거느리고 가마를 타기보다 작은 나귀를 타셨던 예수님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경제적 사회구조악에 일조하고 있는 것”

황예지 학생은 ‘부유한 목회자들이 경제적 사회구조악에 계속 머무는 차원을 넘어 그것을 누림으로써 사회구조악을 더욱 고착화시켜 사회적 빈자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문제’에 대해도 지적했다.

그는 “부하고 강한 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착취하는 일이 반복되는 세상(사회구조) 속에서 목회자들이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대접을 받고 부를 누리는 것은 은연중에 세상의 죄(사회구조악)를 지지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사실상 구조악을 위해 일하는 것이며, 사회의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청지기로서의 그리스도인은 개인의 삶에서 '윤리적인 경제활동'을 넘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하신 '경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가난한 이웃을 착취하고 계속 빈곤하게 만드는 구조악을 퇴치하는 것은 청지기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황예지 학생은 “목회자들에게 ‘에쿠스를 타도 되는가’라는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독 청년으로서 우리가 남의 눈에 티는 보고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함”이라며 “따라서 기독 청년들이 신앙생활 가운데 돈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은 더더욱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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