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춘 교수, 이기성의 죄ㆍ책임전가의 죄ㆍ침묵의 죄 지적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사고 중 하나로 대하는 태도는 타인을 우선 배려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책임에서 볼 때, 그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죄입니다.”

▲ 11일 감신대에서의 '한국기독굑윤리학회 2015년 학술대회' 모습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기성의 죄’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 유경동 교수)는 11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2015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10명의 학자들이 ‘본회퍼 순교 70주년 기념, 세월호 이후의 신학과 윤리’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 중, 장신대 이동춘 교수는 발제문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반성- 세월호를 중심으로’에서 본 회퍼의 ‘타자 신학’에 의거, 세월호 참사를 대해 온 한국교회의 태도 중 옳지 않은 태도 3가지를 ‘죄’로 지적해 관심을 모았다.

이동춘 교수는 먼저 세월호 참사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 했던 한국교회 일부의 태도를 ‘이기성(利己性)의 죄’로 규정했다. 다음은 그의 발제 중 해당 본문의 일부다.

“2014년 5월 20일 한기총 부회장이었던 조광작 목사가 세월호 참사 단원고 학생들을 ‘가난한 집 애들’이라고 폄하하고는 이들이 분에 맞지 않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고 비하의 발언을 한 것은 타인의 고통을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이해한 태도였다.

물론 상황에 따라 개인적인 차원으로 볼 수 있는 고통이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해운회사, 해운회사를 지도 감독하는 기관, 그리고 정부 등 모두의 총체적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참사로 한국사회가 총체적으로 저지른 범죄였고, 더 나아가 국가범죄였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조광작과 같은 이해를 갖고 있다. 이웃의  아픔을 간과하지 말라며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태도를 한국교회가 갖고 있다.

이 같은 태도를 본 회퍼의 ‘대리(代理)’ 개념에 준해 볼 때, 타인의 고통 심지어 죄책을 위해서 기꺼이 대리적 수난을 자처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행위를 본받아야 할 책임을 무시한 처사라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이타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인 아닌 이기적인 죄를 저지른 것이다.“

신정론으로 치부하려는 ‘책임전가의 죄’

이동춘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전통적 신정론에 의거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이유’에서 원인을 찾아 설명하려한 태도를 인간의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 하나님께 책임을 돌리려 하는 ‘책임전가의 죄’로 규정했다. 다음은 그의 발제 중 해당 본문의 일부다.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이대로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시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는 김삼환 목사의 설교는 경악한 수준의 발언이었다.

이는 ‘일제 강점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발언처럼 신정론을 오해하고 남용하는 한국교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역사적 맥락에서 하나님이 인지하지 않으시는 사건은 없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해자의 폭력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슬픔과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인지하신다는 의미이지 세월호를 대한민국을 회개시키는 도화선으로 사용하시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은 어리석고 무지한 태도다.

‘악은 선의 부재이기에 악은 하나님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한 아우구스투스의 이해를 따르면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악용한 사악한 인간들의 잘못에 불과하다.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비도덕적 양삼과 행위의 악함의 문제지 하나님으로부터 기원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불행, 모순, 악행까지도 다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신앙의 오용 혹은 남용이다. 악을, 희생자의 고통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함으로써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교회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악한 일 중의 하나는 세상의 불행과 악행을 하나님의 뜻으로 넘김으로써 교회가 지배자와 악마의 편에 서게 되는 일이다. 모든 책임을 하나님께 넘기는 신정론으로 인간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태도는 신학적으로 옳지 않다.”

무력함을 핑계 삼는 ‘값비싼 은혜를 값싼 은혜로 바꾸는 죄’ (침묵죄)

이동춘 교수는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죄’라고 한 본 회퍼의 발언에 의거, 이찬수 목사나 김동호 목사 등이 설교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침묵할 것’을 요구한 것과 이에 따라 침묵해 온 한국교회 일부의 태도를 ‘침묵죄’로 규정했다. 다음은 그의 발제 중 해당 본문의 일부다.

▲ 이동춘 교수

“‘… 침묵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수록 입을 닫아야 합니다…. 함부로 남을 정죄해선 안 됩니다…. 여러분 그것은 범죄행위예요. 하나님께 회개하고 나가야 해요’라는 이찬수 목사의 발언과 ‘조용히 침묵하라’는 김동호 목사의 말은 타인의 고통을 ‘하나님의 침묵’으로 읽고 이해하는 태도로 인간의 무기력함을 전제한다.

물론 침묵 속에 머물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기에 침묵이 기독교 영성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동선이 파멸의 위협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침묵하는 것은 죄가 된다.

나치의 만행을 침묵으로 방관한 독일인들을 향해 본 회퍼는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죄’라고 명확하게 정리했다.

특히 본 회퍼에게 있어 하나님은 지금 여기서 행동하시는 하나님으로 현재의 악의 문제를 관망하시거나 관망케 하시는 하나님이 아니시다. 그러므로 본 회퍼가 볼 때 하나님의 침묵을 들어 침묵하거나, 무력함을 핑계 삼아 침묵하는 태도는 하나님의 값비싼 은혜를 값싼 은혜로 이해시키는 태도에 불과하다.

신앙상의 무력감을 핑계 삼아 침묵하라고 하는 것은 본 회퍼가 묘사한 ‘헐값의 위로’, ‘은헤가 홀로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모든 것이 케케묵은 상태로 있어도 된다는 것’,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는 은혜’ 즉 값싼 은혜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맞이하자"

한국교회의 이러한 잘못된 태도와 관련한 반성으로서 이 교수는 본 회퍼의 ‘타자 신학’에 입각,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맞이하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마태복음 25장의 비유를 세월호 참사로 읽자면 예수 그리스도는 세월호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삶의 소망을 상실한 유가족으로 찾아오셨고, 살아남기는 했지만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서 삶의 지표를 상실한 생존자로 찾아오셨고, 세월호 참사와 이 참사와 연관된 사건들을 겪으면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들로 찾아오셨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이 예수를 맞이하는 것, 곧 저들의 ‘곁’이 돼 주는 것이 본 회퍼가 찾아낸 ‘그리스도의 대리행위’로 볼 수 있다”며 저들의 ‘곁’이 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집단 기억하기’와 ‘공공적 영성 회복하기’를 제시했다.

왜곡과 조작을 통해 부정의를 정의로 바꾸려는 ‘기억의 정치’에 맞서기 위한 방법이 ‘집단 기억’이며, 교회가 자기 정체성을 공공성에 기초해 읽을 때라야 자유(의지)를 자신들을 위한 자유로 사용하지 않고 타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이 교수는 “기억의 정치를 통해서 사건(세월호 참사)을 왜곡ㆍ조작하는 국가와 그 국가의 명령에 움직이는 이들을 회개시키고 구원시켜야 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타인을 향한 그리스도의 대리행위’며 숙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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