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통 각종 제례 집전 사양에 비난 여론 높아

▲ 채널A 뉴스 화면 캡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시절 불교 사찰을 방문 합장을 함으로써 기독교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사찰에 가면 그쪽 문화대로 합장을 하기도 한다”는 말로 자기 행위에 대해 변론했다.

기독교인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와 반대되는 국면으로 인해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각종 제례(祭禮)의 집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출신인 원희룡 지사는 제주중문교회(오공익 목사) 협동안수집사이며, 그의 부친은 이 교회를 50년간 섬기고 있는 원로장로다. 친형은 예장통합 교단의 목회자다.

원 지사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한라산신제'에 ‘초헌관(初獻官)’으로 집전할 예정이었으나 정무부지사를 대신 참석시켰다. 다른 행사 일정과 겹친 관계로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라산신제’는 한라산 신령에게 태풍·장마 같은 자연재해나 전염병이 생기지 않도록 기원하는 전통행사다.

제주도는 도지사가 제단에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을 맡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행사를 집전했으니 이젠 제주목사에 해당하는 도지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12월에는 고양부 삼성시조를 모시는 ‘건시대제’의 제관직을 정무부지사에게 맡겼다. 아헌관을 제주도의장이 아닌 부의장이 맡은 관계로 격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원 지사는 지난 12일 열린 ‘한라산신제’에서도 초헌관을 맡지 않았다. 행사에 20분 늦게 도착했고, 행사를 지켜보다가 제례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음식과 술을 나눠 먹는 ‘음복(飮福)’을 함께했다.

원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초헌관은 부지사가 맡았지만 제주도정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한라산신제에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원 지사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내세우며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통 제례에서 집전을 거부하자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일고 있다.

‘조례 규정 위반’일 뿐 아니라, 헌법에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만큼 제주도지사라면 종교적 입장을 떠나 전통행사의 제관을 맡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기독교계에서는 원 지사 보호에 나섰다. 공직자에게도 ‘종교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논평을 통해 “기독교 신자인 원희룡 지사를 압박하여 개인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만약에 원 지사가 국태민안을 위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찌 나올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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