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세습으로 ‘부자 연속 목회 금지’ 규정 피해

지난 9월 교계 언론은 물론 일반 언론까지 모든 관심이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에 쏠렸었다. 세습 방지 법안이 통과된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는 감리교의 용기 있는 올바른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반년이 채 되기도 전에 한 교회에 의해 여지없이 우스갯거리로 전락되고 말았다. 법 규정의 빈틈을 파고들어 ‘합법적 세습’을 이뤄 낸 한 목사의 탁월함(?) 때문이다.

1개월 사이에 ‘징검다리’ 식 세습 이뤄

지난해 9월 통과된 소위 감리교 세습방지법안은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 송파에 소재한 I교회 K목사가 이러한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목회 세습을 일궈냈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이는 ‘연속해서’라는 규정의 허점을 파고든 쾌거(?)였다.

I교회 설립자인 K목사는 지난 2008년 감독회장 선거 출마해서 최고 득표를 얻자 담임 목사직을 사임하고 자신의 아들을 후임으로 세웠다. (감리교 선거법은 감독회장에 당선되면 담임 목사직을 사임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회장 선거가 법적 소송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감독회장에 출마할 수 없는 신분임이 법원 판결에 의해 확인되자 지난해 가을 감독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담임 목사직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 또한 피선거권 문제로 도중하차 해야 했다.

그러자 K목사는 다시 아들에게 담임 목사직을 넘겨주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세습을 금하고 있는 교단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모종의 작업을 벌였음이 확인됐다.

K목사는 먼저 위성교회인 DㆍI교회를 세우고 자신의 교회 부목사인 L목사를 담임으로 세웠다. 그리고 이달 초에 L목사와 자리바꿈을 했다. L목사가 I교회의 담임목사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2월 5일 교단 홈페이지에 공고된 ‘임면공고’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직 ‘임면공고’에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불과 얼마 전에 L목사가 I교회 담임 목사직을 면직 당하고, 그 자리에 K목사의 아들이 임명되는 절차가 소속 지방회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K목사의 아들이 직접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확인을 해 주었다.

사실대로라면 그 기간이 1개월도 채 안 된다는 좀 멋쩍은 모양새지만 I교회 담임 목사직은 ‘아버지 K목사-부목사 출신 L목사-아들 K 목사’라는 ‘끼워 넣기’를 통한 완벽한 목회 세습이 이뤄진 것이다. 감리교의세습법안의 허점을 보완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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