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로 가는 흐름 극복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과제”

▲ 사진제공 CBS

“서구에는 교회나 성당은 비어 가고 있는데, 교회의 자기방어가 근본주의로 향합니다. 세계 교회가 근본주의로 가는 흐름을 극복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큰 과제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성구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

25년 만에 완간한 ‘만인보’와 대서사시 ‘백두산’으로 민족 시인의 반열에 오르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문학 자산인 고은 시인. 승려 출신의 거장이 기독교와 한국교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16일 방영된 CBS <크리스천 NOW>에는 고은 시인(81)이 출연, 자신이 만난 기독교와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말했다.

승려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1962년 환속한 후에도 기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독재에 항거하는 현실 참여 속에서 그는 기독교인과 기독교를 만났다.

그는 함석헌, 김재준, 문익환, 안병무 등 기라성 같은 기독교 사상가와 운동가들을 통해 예수의 얼굴을 보았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를 때 재판정에서도, 호송 차량 안에서도 우연이라고만은 할 수 없게 문익환 목사는 항상 곁에 있었다.

“감옥에 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성경 구절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였어요. 진리가 자유하게 한다는, 어법으로는 맞지 않는 이 말이 얼마나 단호하고 생명력 있게 들리던지….”

프랜차이즈 분점 내듯 늘어가는 오늘날 교회 모습

일제 하 민족의식 고취와 독립운동, 독재 치하에서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온 한국교회의 빛나는 전통을 부러워하던 시인은 점차 그 생명력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기독교는 일제를 물리치고 민주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나는 그때 기독교와 만났습니다.” 그의 시 <바람의 사상>을 보면 1970년대에 한국 개신교가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나섰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현대 종교는 자본의 전략에 포섭되어 있습니다. 1970년대 '개척 교회' 하면 정말 헌신적으로 달동네에 가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몸을 바치는 눈물겨운 모습이 있었습니다. 흡사 프랜차이즈 분점 내듯 늘어가는 오늘날 교회의 모습은 시장주의의 전형처럼 보입니다.”

“또한 몸집 불리는 데에 급급한 대형교회는 이 시대 욕망의 바벨탑입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이름 없는, 시냇물이 흐르는 맑은 영혼이 견뎌 낼 수 있을까요.”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에 맞서는 기독교 근본주의 또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배타적인 근본주의를 극복하는 신앙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으로 대담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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