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과 연관시켜 생각해선 안 돼.. 이식 허용 여부는 ‘아디아포라’

▲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방영 장면 캡쳐

지난달 27일 방송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는 몸에 이식하는 신분증 즉 베리칩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러자 그동안 베리칩을 종말적 짐승의 표인 666이라고 주장해 오던 일부 종말론자들이 더욱 힘을 얻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복음주의 조직신학자인 이승구 교수(합신대)는 자신이 최근 기고했던 글을 SNS 상에 올려 베리칩을 종말론과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당부했다. 

베리칩이란

한 회사의 상품명인 베리칩(Verichip)은 인체에 삽입이 가능한 일종의 무선 식별 장치(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로서 영어 베리피케이션(verification, 식별)과 칩(chip, 반도체)의 합성어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칩을 개발해 왔다. 그런데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보다 안전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베리칩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개인 정보가 들어 있는 베리칩을 인체에 이식하게 되면 자신의 신원을 쉽고 빠르게 증명할 수 있고, 금융정보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베리칩을 이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국 정부가 베리칩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민단체들에 의하면 베리칩 이식의 최종적인 목표는 미국 정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빅브라더 시대’를 열기 위해서이고 미국 정부는 베리칩을 이식받은 사람들의 생명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종말론과 연관시키면 안 돼

이러한 위험성과 관련해서 미국 기독교계, 특히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극단적 종말론자들은 이 베리칩을 요한계시록 13장에 나오는 짐승의 표, 곧 666으로 해석을 해 종말이 임박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베리칩을 받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료보험개혁법으로 올해(2013년)부터 미국민들에게 베리칩이 삽입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몇 기독교 단체가 베리칩을 받지 말자는 문자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냈으며, 일부 목사들은 설교 중에 베리칩이 짐승의 표라고 설교하고 있다.

요한계시록과 1:1 대응은 잘못

그러나 이승구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요한계시록에 나타나는 어떤 것을 우리 사회의 어떤 현상과 1:1 대응식으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논의”라고 못을 박은 후 베리칩을 기독교적 종말론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요한계시록과 1:1로 대응시킬 경우와 관련 그는 “‘(짐승의)표를 이마나 그 오른 손에 받게 하고’라는 말씀대로라면 마이크로칩을 이마나 오른 손에 주입시켜야 할 터인데, 꼭 이마나 오른 손에 주입할 이유는 없다”며 어이없어했다.

베리칩으로 인간의 정신을 통제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의 기술로는 전자 장치와 인간의 정신이 상호 작용하는 일은 어렵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 생각”이라며 “ 따라서 아직까지는 명확히 단언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혓다.

‘짐승의 표’와 ‘666’은 상징으로 해석해야

짐승의 표와 짐승의 수로 알려진 666에 대해서는 ‘상징적 숫자’로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물론 대부분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입장이다.

그는 “짐승의 표를 이마와 오른 손에 받는다는 것은 종들에게 주인의 표시를 하던 옛 관행을 반영하고 있는 심상(心象, image)을 가지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이는 그리스도 이외의 다른 것을 주와 왕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6이라는 수가 하나님의 수인 7에 대해 항상 모자란다는 점에서 짐승의 수 곧 사람의 수의 상징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생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악하므로 ‘지속적 악함’ 이 세상 삶의 원리임을 상징적 숫자인 666으로 표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그는 “중요한 것은 베리칩을 몸속에 이식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악한 세력에게 속한 ‘표’(특성들)를 가지고 사는가, 아니면 그리스도에게 속한 ‘표’(특성들)를 가지고 그것을 드러내며 사는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리칩 이식 여부, ‘아디아포라’의 문제

이렇게 될 경우 베리칩을 몸속에 이식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차적인 문제로 남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아디아포라’(adiaphora)의 문제의 하나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났을 때 그 사람의 모든 의료 기록에 순간적으로 바로 접속할 수 있게 하여 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빨리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등의 베리칩 사용의 유익한 점과 본인의 동의 없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쉽게 접속하여 잘못 이용하게 하는 위험 등의 유익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일반 은총 영역에서 논의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성경이 명확한 기준을 주지 않기에 인권 침해를 걱정하면서 베리칩의 사용을 반대하는 것도, 찬성하는 것도 성경의 가르침이나 기독교적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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