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교수 '신학 칼럼' (18)

6·4지방 선거가 끝났다. 결과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다. 정당이나 혹은 지지한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서 견해도 다르다. 결과에 대한 분석은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기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권자인 국민이나 입후보자, 정당까지 모두가 한 가지에 대해서는 분명해야 한다. 그것은 결과에 대해서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를 놓고 누구를 탓하거나 자신의 입장과 다르게 나왔다고 해서 어느 지역 유권자들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는 혼자나 일부의 사람들이 형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히 소수의 입장도 있을 수 있고, 그 소리에 대해서 들어야 하고, 배려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정당을 지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지지한 사람들이든 반대한 사람이든 모두 국민이고 나름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비록 당선이 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자신을 지지 않은 유권자가 반대한 만큼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다수라고 하는 것은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일 뿐 소수를 부정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의견을 서로가 존중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원리가 살아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다. 어떤 일방의 힘이나 분위기에 의해서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견해에 대해서 존중하면서도 다수가 지지하는 것을 따를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건강한 민주주의는 모두가 민의를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수의 입장에서도 소수의 견해를 존중할 수 있는 의식과 여유를 가질 때 자신의 입장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이 가능하다. 포용은 이해와 동참을 이끌 수 있으며 국민을 분열시키지 않고 하나로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 국민이고 국가 공동체의 일원인 것을 분명하게 의식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정치가 국민 전체를 위한, 그리고 국가를 위한 것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도 정치인 자신을 위한 것이 되고 만다.

정치인 개인을 위한 정치가 될 때 부패하거나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다수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동반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 후진국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이든 당선자들은 자신의 당선이 국민이 위탁해준 권위를 가지고 국민을 섬기라고 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일이다.

당선된 것이 단지 자신의 능력이거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거나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일 것이다. 정치는 개인이 스스로 득(得)한 권력이 아니다. 정치적 권력은 전적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국민이 위탁한 것이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숨고르기를 하면서 정돈하고 맡겨진 일을 감당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로 인한 분열이나 다툼과 비판은 필요하지 않는다.

만일 다툼과 비판을 한다면 그것은 선거를 부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국민의 민의(民意)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러한 일이 있다면 선거를 수단으로 하는 정치적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매우 위험한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민의를 통해서 맡겨진 역할을 감당하는 것만 남았다. 누구를 탓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이제부터는 결과에 대해서 승복하고 위탁된 권위가 바르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할 일이다.

그 결과를 부정하거나 자신에게만 유리한 것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부정하려는 의도와 시도는 모두 합당하지 않다. 모두가 승복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만이 남은 일이다. 입장이 다른 사람이나 정당까지도 이해와 존중을 통해서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했다. 지방정부마다 현안들이 있을 것이고 후보들은 이에 대한 약속을 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당선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시민을 위하고 국가적 미래를 위한 공약이기를 바라고 있다. 재임기간 중에 이 약속들을 반드시 지키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단지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면 신중하게 검토해서 국가적으로 손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만일 그러한 공약이 있었다면 유권자 앞에 내놓고 회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취소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또한 선거 때만 유권자를 위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재임기간을 통해서 국민과 함께 하면서 국민을 섬기는 일꾼 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들 역시 그들이 선거과정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꼼꼼히 챙겨서 다음에 평가할 기회가 왔을 때 냉정하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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