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수단에서 수호팀장으로 활동 중인 한비야 씨 (사진제공 월드비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그건 사랑이었네’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 한비야 씨가 남수단의 열악한 식수 사정을 전하며 전 세계의 도움을 호소했다.

월드비전은 최근 월드비전 남수단 긴급구호 총책임자로 활동 중인 한비야 씨가 보내온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한비야 씨에 의하면 지난해 7월 오랜 내전 끝에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신생국가인 남수단은 물밀듯 넘어오는 수십만 명의 난민과 귀향민들로 ‘구호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북수단의 차별 정책으로 전혀 개발되지 않은데다가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 1천만 명 중 식량 부족 인구가 470만 명이다. 가난과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점차 늘어 5세 미만의 유아 사망률이 1천 명당 135명, 출산 중 산모 사망률이 1만 명당 205명에 달한다.

남수단의 이렇듯 열악한 삶의 환경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식수’ 문제다. 수도에서 떨어진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물 사정은 더욱 어렵다. 통계상 이 곳의 식수 보급률은 20%에 이르지만, 실제 시골 마을의 경우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한 마디로 ‘식수 전쟁’이다.

한비야 씨는 “운이 좋은 마을이라면 구호단체가 설치한 펌프로 깨끗한 지하수를 마실 수 있지만 대개 펌프까지 짧게는 30분, 길게는 왕복 3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며 “보통 어린 여자아이가 물을 긷는 데 자기 몸집만 한 물통을 머리에 이고 가는 걸 보면 저러다 목이 부러지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그나마 비가 자주 오는 우기에는 물이 콸콸 나오지만 요즘 같은 건기에는 펌프 물줄기가 연필자국처럼 가늘어 물 한 통 받는 데 시간이 무한정 걸린다”며 “그러니 펌프가 있는 동네 사람들은 멀리서 물 길러 오는 다른 동네 사람들이 반가울 리 없다. 그래서 펌프가에서는 사소한 다툼이 대형 동네 싸움으로 번지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식수 전쟁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식수의 수질이다. 정수는커녕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심으로써 물을 먹고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잦아진다.

한비야 씨는 “펌프 물을 구할 수 없는 주민들은 더러운 강물이나 웅덩이 물을 그냥 마신다”며 “그 물에서 사람들은 목욕하고 빨래하고 대소변을 본다. 그들이 키우는 소와 염소도 같은 물을 마시고 똥오줌을 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동네 꼬마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 더러운 물을 마시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이 나라 유아사망률이 매우 높은 이유도 고열을 동반한 설사의 원인이 되는 저런 물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는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가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비야 씨는 이에 자신이 구호팀장으로 활동 중인 월드비전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그들을 도와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동아프리카는 나일강을 비롯, 수많은 호수와 풍부한 지하수가 있다. 이런 수자원을 잘 활용만 하면 얼마든지 살인적이며 만성적인 물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각 나라 정부와 국제사회와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하기만 하면 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어 “악수를 청하면 온몸을 흔들며 좋아하는 이 꼬마들이 깨끗한 식수가 없어서 그까짓 설사 때문에 죽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 참으로 슬프고 고통스럽다”며 “여러분이 나 몰라라 할 리가 없다고 굳게 믿으면서 우리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식수 펌프 한 대를 설치, 관리하고 지속적인 주민교육을 하는 데 약 1천만 원이 소요된다. 월드비전은 현재 식수사업 모금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