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월 8일) 낮에 독일 바덴주교회 국제교회협의회 회장단 모임(Vorstandssitzung)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주교회 본부(Oberkirchenrat der badischen Landeskirche)에서 모임을 가져오다가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밖에 나가 식사를 하면서 회합을 가졌습니다.

국제교회협의회(IKCG)는 바덴주교회 산하 디아스포라교회들의 모임으로 독일 주류교회(German mainline church)인 주교회(Landeskirche)와 협력하여 독일사회와 교회 내에서 공동의 선교과제를 수행하는 교회협의회입니다.

협의회 내에는 이주민교회의 출신대륙과 교단을 배려해 4명의 회장단이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 정례모임을 가진 것입니다.

제일 앞의 사진 왼쪽의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청년(?)이 네덜란드 개혁교회 목사 팀 반 데 그린드(Pfr. Tim van de Griend)입니다.

늘 쾌활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이지만 신학적인 문제에 직면하면 칼비니스트로서 이른바 화란개혁교회의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친구입니다.

헤센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그리고 바이에른주 무려 3개 주(州)의 4개 화란인 교회를 섬기는데 독일에 이주해온 유럽인 디아스포라교회들을 대표합니다.

그 다음은 한국인 감리교목사로 아시아지역 디아스포라교회들을 대표합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건너뛰겠습니다.

가운데 앉은 이는 독일 바덴주교회 선교국을 대표해 이 모임을 섬기는 벤야민 시몬목사(Pfr. Dr. Benjamin Simon)입니다.

종교개혁당시 프랑스 카톨릭교회의 박해를 피해 독일로 이주해온 위그노교도의 후손으로서 무려 8대째 목사 가문입니다.

그를 대하면 목사직에 부름 받은 이는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하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독일교회의 경건과 신학, 전통과 에큐메니즘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히 배어 있는 친구입니다.

아프리카선교사로 사역한 경험도 있어서 선교마인드도 여타 다른 독일목사들이 지닌 것 하고는 남다릅니다. 자기 조상도 외국에서 피난을 왔으니 자신도 디아스포라라고 종종 우기며 우리와 동질감을 주장하는데 자녀 중에 하나는 목사직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 옆은 야시르 에릭 디아콘(Diakon Yassir Eric)입니다. 수단 출신으로 무슬림이었다가 한국 선교사의 전도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후 완전히 다시 태어난 삶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자기에게 복음을 전해준 이가 한국인 목사라서 저만 보면 고개를 숙여 “안녕하세요” 큰 절을 하는 친구입니다.

이 년 전 저와 한국에 같을 때도 새벽기도시간에 제일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아랍어를 구사하는 크리스찬들을 섬기는 사역을 하는데 아프리카출신 디아스포라교회들을 대표합니다.

제일 나중에 로만칼라를 입고 의젓하게 앉아 있는 친구는 사도 바울과 바나바가 사역하던 안디옥교회가 모태가 된 안디옥정교회 신부 압달라 디스(Priester Abdallah Dis)입니다.

그 지역의 정교회들은 곱틱교회, 시리아 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 등 대개 오리엔탈 정교회인데 자신이 속한 교회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지휘를 받는 비잔틴 정교회(Rum-Orthodoxe) 전통에 속한 교회임을 강조합니다. (희랍정교회, 러시아정교회, 동유럽 정교회들은 비잔틴 정교회 전통에 속합니다)

1453년 비잔틴제국이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정복된 후에도 이슬람국가인 터어키 내에서 1955년 기독교에 대한 본격적인 박해가 있기까지 오 백 여 년 간 자기 땅에서 신앙생활을 해 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차세계대전 후 탄압이 심해지자 결국 유럽 각지로 특히 정교회에 대해 우호적인 독일로 대거 이주해 온 디아스포라 3세입니다.

그는 근동아시아지역과 동유럽지역의 정교회 이주민교회들을 대표합니다.

흔히들 한국교회의 영적 동력과 선교역량이 각별하다고 하지만 수년전부터 동역하고 교제하며 이들이 지닌 신앙의 전통과 영성과 비교할 때 우리만이 특별한 은사와 경험이 있다고 자임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1960년대 이후 세속화의 물결 가운데 유럽교회의 영성과 선교동력이 약화될 즈음 바로 이 때 를 기해 신생 비서구교회들을 디아스포라 이주민의 모습으로 유럽에 옮기심으로 유럽교회의 회복을 예비하신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경륜이 놀랍기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협의회가 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재작년 가을, 독일교회 목회자들로 이루어진 한국교회 방문단을 구성해 한국교회의 영성을 체험케 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때 다 말을 안 했지만 디아스포라교회를 섬기는 우리들끼리는 한국교회의 기도와 경건을 독일교회 목회자들로 하여금 경험케 하자는 모종의(?) 합의하에 그 일을 추진했었습니다.

한국을 다녀와 저희들이 모두 동역자(Partnership)에서 친구(Friendship)로 전환된 것은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큰 밑거름이 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사진의 배경인 레스토랑 벽면이 오리엔탈 적이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압달라신부가 얼마 전 개업을 한 자기 교회 교인 식당에 하나라도 더 팔아주려고 저희들을 인도한 것입니다.

교파와 신조, 인종과 언어를 초월해 디아스포라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의 심정은 다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 독일 바덴주교회 국제교회협의회 회장단(Vorstand des IKCG in Baden)
▲ 독일 바덴주교회 한국교회 방문단, 남산 팔각정에서 (2012년 10월). 왼쪽부터 크리스티네 귀네목사, 야시르 에릭 디아콘, 임재훈목사, 벤야민 시몬목사.
▲ 독일 바덴주교회 한국교회 방문단, 서울 경복궁에서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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