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 목사 ‘목양 칼럼’(18)

지난 겨울은 어느 해 보다도 눈이 많이 왔다. 전국적으로 폭설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어느새 그 설움의 한파가 물러가고 저기 남쪽 골짜기부터 눈얼음이 녹으면서 개울가에 버들가지 눈망울을 터뜨린다. 긴 겨울의 여정 끝에 희망의 합창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봄은 지난 겨울을 벗어내고, 다시 소망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는 절기이다.

사순절 역시 그러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리를 앞두고, 그 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그 사랑에 동참하는 것이다.

사순절(四旬節)을 뜻하는 영어 렌트(Lent)는 고대 앵글로 색슨어 Lenchthen에서 유래된 말로, 독일어의 lenz와 함께 ‘봄’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교회력에서 가장 긴 절기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절기 중의 하나이다. 부활절을 위해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준비의 시기로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초점이 맞추어 지는 때이다.

40일 간의 사순절은 허영과 위선이 가득한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듯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거듭나기 위한 기간으로,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 신앙과 인간적 성숙의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순절에 요구되는 자세나 의미는 무엇일까? 40일이라는 기간은 속죄로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하나님과의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 합당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며, 장차 이루어질 중대 사건인 부활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는 기간이다.

외적 준비로 교회가 정한 금식과 기도를 통하여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경건에 힘써야 한다. 40일 동안 화려함과 풍족함을 떠나 광야의 삶을 묵상한다. 광야에서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떠올려야 한다.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 모든 신앙인들은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창3:19)는 말씀과 함께 머리에 재를 얹게 되는 상징적인 표현 속에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지점을 생각하고 거기에 비추어 자신들의 삶을 바로잡기를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준비하며 회개를 통해 영적인 준비를 하게 된다. 또한 예수가 남겨 놓은 고난을 성도들 자신의 삶속에 채워 놓고자 신앙적인 결단을 하게 된다.

내적 준비로는 더욱 적극적인 거듭난 삶의 고백과 실천을 위하여 세례를 받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세례는 우리의 옛사람이 죽지 아니하면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서 일어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먼저 죽어야 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그와 함께 죽어야 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세례 받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그의 죽음에 동참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신앙점검도 중요하지만 세례를 통한 그리스도와 하나됨의 의미가 강조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나의 뜻을 조율하여 맞추어가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과연 주님의 고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죄인들을 위해 고난당하시는 주님과 함께 내 이웃 중에 고난당하는 자가 없는지 돌아보아 구제와 섬김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승리는 섬김의 디딤돌로 삼기 위한 것이다. 계속적인 승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예수님처럼 나를 낮추어 섬김으로 살아가야 한다. 개인과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섬김과 구제를 이루며, 진정한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끝으로 내게 닥쳐온 고난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주님의 고난의 의미를 생각하며, 고난을 배움의 기회로 삼아, 고난 뒤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섭리 앞에 순종해야 한다.

예수님의 고난은 아픔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전주곡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고난을 이겨낸 행복이 있어 그래”라고 외치며 일어나 믿음으로 새 일을 시작하기 원한다. 나의 모든 일들이 주님으로 인해 평탄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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