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관련해 더 이상 아버지 언급하지 말고, 수첩 돌려 달라”

▲ 인터넷에 올라 있는 문제의 글

지난 20일 사랑의교회 건축을 반대하는 이들의 인터넷 모임인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된 것인가?’ 카페에 익명의 네티즌이 올라온 글로 인해 온라인이 뜨겁다.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씨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에게 보낸 메일을 공개한 글이기 때문이다.

옥성호 씨는 24일 오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100명이 넘는 이들에게 발송된 메일이어서 인터넷 상에 올라 있는 글이 가짜라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서 가짜임이 밝혀졌을 것”이라며 공개된 메일이 자신의 것임을 확인해 주었다.

“건축과 관련 아버지 언급 말라”

공개된 옥성호 씨 메일에 의하면 옥 씨는 지난 6일 오정현 목사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수첩을 돌려받고자 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유품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첩 내용 중 일부가 고인의 뜻과는 달리 이용돼 고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고 옥한흠 목사는 사랑의교회 건축에 찬성하지 않았는데(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았다는 게 옥 씨의 설명이다.) 오정현 목사가 고인의 수첩에 적인 일부 구절을 인용, 고인이 원하고 찬성해서 한 건축이라며 이를 건축헌금 독려 등에 이용함으로써 고인 뜻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옥 씨는 메일에서 먼저  “저는 사랑의 교회 건축은 한국 교회, 한국 개신교 몰락의 전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도 공개적으로 또는 공적인 상황에서 제 생각을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1월 6일의 유인물에 언급된 ‘아버지 수첩’ 인용문은 저의 상황을 바꾸었다”면서 “이런 식의 건축과 관련한 오 목사의 ‘아버지 이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첫 주일인 지난 6일 교인들에게 나눠진 ‘건축선언문’에는 “옥한흠 목사님도 2009년 당시 구입할 대지를 둘러보시면서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009년 2월 9일 옥한흠 목사님이 일기에 적으신 내용입니다. ‘오목사와 함께 서초동 땅을 돌아보았다. 금융위기 때문에 나온 땅이라고 한다. 이 땅은 놓치면 안될 것 같다. 장로님들과 빨리 진행해서 확보부터 하라고 하였다’”고 명기돼 있다.

또한 옥 씨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월경 MBC PD 수첩이 사랑의 교회 건축 문제를 다룬다고 알려진 후 열린 대책 회의에서도 오 목사는 고인의 수첩 속 내용 중 이번 유인물에 인용한 그 내용을 복사해 가져와 ‘이 건축은 무엇보다 옥 목사님이 원하고 찬성해서 하신 건축’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회의 내용을 전해 들은 옥 씨는 4월 2일 오 목사에게 메일을 보내 “교회 건축과 관련해서 생길 수 있는 사태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돌아가신 분의 이름을 더 이상 팔지 말라”면서 수첩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메일을 보낸 이후 몇 번을 사람을 통해 수차례 재촉했음에도 불구하고 답이 없었지만, 괜히 밑의 사람들만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수첩 하나 없는 것으로 치자’고 생각해 잊고 있었다는 게 옥 씨의 설명이다.

“교회 건축, 찬성도 반대도 아닌 ‘용인’이셨다”

그러나 6일 유인물을 본 옥 씨는 마음이 바뀌어 고인의 수첩 내용 이용 중단 및 수첩 반환을 요구하는 메일을 오정현 목사에게 보냈다.

옥 씨는 오 목사에게 보낸 메일에서 “고 옥한흠 목사는 지금과 같은 불법적 건축, 교회의 명예와 나아가 한국 교회 전체를 말아먹는 이런 건축을 찬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기에 대한 첫 번째 증거로서 그는 고인의 마지막 수첩에 있는 마지막 내용 곧 2010년 4월 2일 오정현 목사와의 만남을 놓고 의논할 내용들을 미리 적어 놓은 것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고인은 오정현 목사를 만나면 △교회 신축과 함께 잃어버린 명예 회복 △설교가 살아야 △언론 이용 말아야 △교회 건물 PR 말아야 △한 사람 목회 철학에 생명 걸어야 등의 내용을 말할 생각이었다.

두 번째 증거로는 2009년 건축 헌금 작정 시 방송됐던 고인의 동영상과 관련한 부분을 제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2009년 헌금 독려 동영상을 근거로 고인이 적극적으로 건축을 찬성했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옥 씨는 메일에서 “맞습니다. 아버지는 찬성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결코 반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그냥 용인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는 건축과 관련한 자신의 맘을 접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영상을 찍어달라는 오 목사의 끊임없는 간청을 아버지는 줄곧 거절했다”면서 고인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비록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를 위해서라면 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이에 “더 이상 건축과 관련해 아버지 언급하지 말기 바란다”면서 “아버지는 결코 전에도 건축을 찬성하지 않으셨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아니니 수첩부터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한편 수첩 반환과 관련, 옥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 목사가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오는 대로 수첩은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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