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교수 ‘신학 칼럼’ (10)

언젠가부터 ‘깨달음’이라는 말에 천착(穿鑿)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필자를 포함한 한국교회와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야 하는 순간 반복해서 느끼게 되는 것이 ‘깨달음’이라는 단어다.

특별히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통해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것들과 안타까운 현상들, 게다가 요즘 이단이 득세하는 현상들에 대한 비판이나 질문을 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할 수밖에 없는 말도 ‘깨달음’이라는 말이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음’으로써 상실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여 인격과 삶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어야 한다.  즉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이라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뜻(will)을 진리로(as the truth) 믿음으로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지극히 상식적인 것조차 거스르는 현상을 그리스도인의 모습과 교회에서 경험하게 되면서 그리스도인들조차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 회의적인 말을 하게 되는 현상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현재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에 대한 안티(anti) 세력을 키우고, 나아가서 이단들이 그 틈새를 이용하여 득세하는 현상까지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참된 신앙은 ‘깨달음’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써 ‘진리’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형성된 인격이어야 한다. ‘깨달음’이 없는 신앙이라면, 그것은 생명도, 감동도, 그리고 변화와 소망도 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교회는 ‘깨달음’에 천착하려는 모습보다는 무엇인가 하려는 모습, 아니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모습, 그런가 하면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에 집중하려는 것보다는 뭔가를 한다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모습은 부정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그 위기를 교회 안에서 느끼는 것보다 밖에서 지적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도 묘한 일이다. 물론 기독교를 위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그 소리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자각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도 섭리적 은혜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질타의 소리로 듣기 싫어하지만 말고 겸허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일 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깨달음’에 천착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히 소망이 있을 것이다. 그 말씀은 하나님의 뜻이고, 그것은 곧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을 단답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한계를 전제로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깨달음’이다. 왜 하나님이 성경을 인간에게 전해주셨는가?

그것은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서 그것에 따라서 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가장 근본적인 것, 그것은 그 말씀에 대한 ‘깨달음’이다. ‘깨달음’이 없는 신앙은 진정한 신앙이 아니다.

신앙과 진정한 교회의 모습은 어떤 사람에 의해서 주장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말씀하는 것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누가 주장하는 것, 그것이 아무리 그럴듯하다고 할지라도 성경이 교훈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면 결코 자신의 모습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조차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을 거침없이 할 때 할 말을 잊게 된다.

그럼에도 문제는 교회가 복음을 열심히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에 달고 다닌다고 할 만큼 복음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하나님께서 성경에 담아주신 뜻을 ‘깨닫는 일’에 천착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정말로 그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조금이라도 깨닫는다면 그 말씀에 대한 감격과 함께 자신을 철저하게 그 말씀 아래에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기독교도 별수 없이 주술적인 종교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기독교는 주술적 요행을 추구하는 신앙이 아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심에 있어서 전제했던 창조목적과 원리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종교다. 그렇다면 그 목적과 원리를 깨달음으로 그 말씀에 순종하는 것으로서의 삶과 교회의 모습이어야 한다. 그것이 기독교 신앙이고, 그리스도인의 모습이고 참된 교회의 모습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깨달음’이 없는 신앙은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참된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모습을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깨달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니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신앙은 진정한 기독교 신앙이라 할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이 영원한 진리이고, 무한한 하나님의 뜻으로서 ‘말씀’이라면 그 깨달음 역시 영원하고 무한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전부이거나 절대적이라고 하는 것은 아직 그 말씀을 깨닫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깨달음’은 철저하게 자기를 부정하게 하고, 진리에 담긴 하나님의 뜻에 감격과 함께 순종하게 할 것이기에. 또한 오직 그 말씀에 순종하여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기뻐하는 것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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