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교수 '신학 칼럼' (6)

혹 구체적이지 못하더라도 막연하게나마 꿈이 있다. 그것이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더라도 소망을 가지고 산다.

그냥 내일도 평안하고, 건강하고, 먹을 것이 있고, 근심거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다. 비록 그러한 현실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새날을 맞는다.

인간은 내일에 대한 소망이 없이는 살 수 없다. 비록 그 미래가 바라는 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때로는 체념하고, 때로는 합리화시키면서라도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산다.

혹여 누가 보아도 바라는 것이 모순일지라도 내일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이성적으로는 모순이라 할지라도 그 모순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소망을 확인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신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 소망이 구체적일수록 자신에 대해서 진실하고 성실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소망에 대한 확인은 절대 필요하다. 만일 구체적인 소망, 궁극적인 소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의 삶과 행동이 구체적이거나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보다는 막연하게 다가오는 시간에 적응하면서 사는 정도로 주어진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자신의 소망을 위해서 수고와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없는 삶이라면 성취하는 기쁨보다는 언제나 기회주의적이거나 요행을 바라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2014년을 시작하면서 먼저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내일에 대한 소망, 혹은 기대, 꿈이라는 말도 괜찮다. 어떤 표현이 되었든 새날을 맞으면서 자신의 소망이 무엇인가? 그것의 구체적인 설계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것을 이루는 구체적인 계획과 실제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력하는 것만큼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즉 계획과 실천의 과정을 통해서 사고력이 넓어지고, 자신의 한계를 고백하면서 하나님의 도움과 섭리를 구하고, 하나님의 섭리하시는 목적을 깨닫는 기쁨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그러한 노력이 있을 때 자기 안에 성취되는 것들을 기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막연한 기대감이나 요행으로 만족하지 말고 가능한 한 구체화된 소망을 가지는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날들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임을 인식하고 그 날을 소중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본분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을 지으신 목적인 그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고, 영광을 돌리는 주인공이 되게 하셨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간은 그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존재의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구체적인 소망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자신의 삶을 하나님 앞에서 의미 있고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비록 그 소망이 실현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행함의 의미를 찾게 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과 감사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이 없거나 구체적인 소망을 가지지 않는다면 비례해서 자신의 존재의미는 물론 하나님의 은혜를 확인하지 못한 채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는 삶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꿈과 그 꿈을 실현하는 계획과 수고까지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또한 하나님께 그 길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한다. 그 꿈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그리스도인의 삶이 하나님의 뜻에 응답하는 것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또한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이 하나님의 창조목적과 일치하는 것을 통해서 기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하나님의 창조목적과 일치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지 개인의 욕망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비록 그 소망이 지극히 작은 것일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부응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소망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각각의 소망이 합쳐져서 하나님의 창조목적 전체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망은 각자에게 있어서 바라보는 것, 생각하는 것, 또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창조세계 전체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이기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는 것을 자신의 뜻과 일치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기적이지 않는, 그리고 하나님이 기뻐하실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소망으로 점검하고, 그것을 이루는 2014년이면 좋겠다. 그것이 내일의 현재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기쁨이고 성취감이어야 할 것이기에.

저작권자 © 뉴스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