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교수 '신학 칼럼' (4)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중세에 가장 크게 형성했다. 외적으로만 아니라 당시 교회는 로마의 종교, 정치, 경제, 문화, 등 전 영역에서 일방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컸다.

아마 주님이 다시 오시기 전에 그만한 교회가 다시 만들어질 일은 없지 않을까. 제국 전체가 국교로서 기독교를 받아들였으니 모든 것이 기독교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교적인 영향력만이 아니라 기독교가 아니면 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만큼 교회가 컸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교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교회의 머리로서 교황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역설적인 원인을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교황권이 당시 교회를 크게 만들었다는 단순한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교황의 권한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제국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모든 권한을 갖는 신앙을 형성시킴으로서 세속정부에 대한 지배권도 가지게 되었다. 교회에 대한 권한만이 아니라 세속정부의 통치권까지도 사실상 교황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즉 황제까지도 교황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즉위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은 교황이 교회의 절대적인 머리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교황이 교회의 최종적인 권위가 되고, 세속정부에 대한 통치권까지 담보하는 신앙을 형성시켜서 실제적인 통치권을 확보했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교황은 보이는 하나님과 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대신에 하나님은 인간인 교황에 가려져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나님은 교회에서 어떤 기능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상징적인 존재로 제단 뒤에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결국 하나님은 없는 교회가 되고 만 것이다.

어떤 단체든, 그 단체가 크면 클수록 권위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 권위에 의해서 통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보이는 힘이 있는 곳에는 모든 힘이 모인다. 즉 권력, 돈, 재능, 사람까지 온갖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이 최고 권위를 가진 사람 앞에 모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최고 권위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목적을 담보받기 위한 본능적인 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중세교회는 당시 유럽의 부(富)를 독차지하게 되었고, 각국의 최고 권위를 가진 왕들도 모두 교황 앞에 나와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국 하나님은 더 이상 교회의 최종적인 권위의 자리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하나님은 그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교회에서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고, 교황이나 교회의 지도자들만 보였다. 게다가 교회는 돈까지 모이는 곳이다 보니 돈을 향한 사람들만이 모여들었다. 교회가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소위 출세를 위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회에 모였다. 해서 교회는 외적으로 더 커졌고, 막강한 힘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았다. 복음은 아예 없어졌다. 복음까지도 사람의 권위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에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복음은 버리고 사람의 권위를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성례전만을 앞에 내세웠던 것이다. 결국 사람이 통째로 하나님의 주권까지 차지한 셈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는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 제국을 지배할 수 있을 만큼 큰 교회를 형성했지만 결국 제국의 교회는 몰락하게 되었다. 교회는 타락하여 더 이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교회는 스스로 신앙의 변질을 추구했으며 성경과는 관계가 없는 신앙을 형성시켰다. 교회는 승려계급의 사람들을 위한 이익 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성경이 말씀하는 교회는 하나님을 최종적인 권위자로 섬겨야 한다. 하나님으로 하여금 교회의 최종적인 통치자이도록 해야 한다. 교회의 최종적인 권위가 하나님에게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은 성경적, 역사적 고백을 통해서 확인해온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혹은 돈이, 최종적인 권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을 쉽게 본다. 그렇다면 그 순간 더 이상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회의 권위가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중요하다. 그 대답에 따라서는 교회가 교회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의 권위에 대한 확인은 전적으로 중요하다. 그럼에도 교회의 권위에 대해서 구체적, 실제적으로 확인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의식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자신에 대한 최종적인 권위를 행사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에 대한 최종적인 권위를 하나님께 두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이 기뻐하는 사람,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는 사람일 수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수장권을 사람에게 두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에게 둘 수 있을 때 하나님이 기뻐하고 사람들도 기뻐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가? 사람이 수장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묻고 싶지도 대답하고 싶지도 않은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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