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초동 새 예배당을 완공하고 30일 입당예배를 드렸다. 6500여 새 예배당 좌석을 가득 메운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새 예배당 완공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감격을 나눴다. 기자는 새 예배당 입당감사예배가 드려진 30일 오전 취재차 이 교회를 찾았다.

본당으로 이어지는 전철통로, 일반인은 어찌 여길까?

전날에 비해 한파가 누그러진 30일 오전, 사랑의교회를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개교회 입당예배나 임직예배에 대한 취재를 꺼려 왔다.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채워지고, 의례적인 감사의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러한 예배는, 기사거리로 삼기에도 낯부끄러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매체에 광고를 준 대가로, 마지못해 취재에 응한 후 홍보성 기사를 냈었던 과거 ‘병아리 기자’ 때의 씁쓸한 기억도 한 몫 한다. 더구나 일주일 중 유일한 휴식시간인 토요일 오전에 개교회 입당예배 취재라니… 마음이 편치 않고 발걸음도 무겁지만,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랑의교회 입당을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서초역에 하차, 어림짐작으로 대법원 맞은편, 검찰청 대각성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번과 4번 출구라면 사랑의교회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임시 안내판이 서초역 3~4번 출구에 서 있다.

“사랑의교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통로입니다”

이런?! 전철역과 교회본당이 직접 연결되는 통로의 문제로,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특혜시비가 일었던 것을 잠시 망각했군.

전철역에서 곧바로 최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교회본당으로 오르는 기분이 참 묘했다. 편하긴 했다. 씩씩거리며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찬바람을 쐬지 않고도 교회로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교회는 이를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을까? 오후에 발표한 ‘대사회 섬김 발표문’에서는 전철 환승에 대해 “3, 4번 출입구를 최신시설로 건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랑의교회는 “새 예배당을 교회가 건축했지만 교회는 건축을 이웃 섬김의 통로로 빚어냈다”며, “그동안 낙후되어 있던 서울지하철 서초역 3, 4번 출입구를 최신 시설로 건축했고, 새 예배당 건물 주변 도로 및 보도를 깨끗하게 정비했다”고 밝혔다.

▲ 사랑의교회 본당 내부

한데, 불신자들의 시선도 그럴까? 과연 전철통로를 최신 시설로 바꾸어준 교회에 고마워할까? 아니면 ‘특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거리감만 키울까? 일단 기자가 불신자 범주에 속하지 않으니 그 판단을 유보해 본다.

교회 등 종교시설 전철통로는 최초로 기록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공공시설에 전철역 통로를 만드는 것이야 모든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뒷말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의 전철통로는 특정종교인, 즉 사랑의교회 교인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기에 일반인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서울시가 이를 승인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른 교회당 안. 일단 화려하고 웅장한 시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방향감각을 잃었다. 외부에서 건물을 한 눈에 보고 내부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지하에서 곧바로 이동한 까닭이다.

어벙하게 지하 4층의 본당 입구를 찾았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들이 ‘프레스’ 패찰을 나누어주는 곳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등록되지 않은 언론사의 기자이기에 패찰을 줄 수 없다”는 사랑의교회 관계자의 사무적인 말과 “도대체 교회 입당예배를 통제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  선정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말이 오고갔다.

▲ 사랑의교회 본당 내부

교인간 갈등상황, 우호와 비우호 기자 선별로 표출자세히 보니, 그동안 사랑의교회의 일방적인 홍보성 기사만 내지 않고 갈등적 상황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써온 매체의 기자다.

언론매체가 무질서한 취재를 함으로써 예배진행을 방해한다는 취지라면 이해할 만하지만, 입당예배 취재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일단 사랑의교회 지침을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그 기준의 잣대가 불명확하다.

“매체 선정기준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무자’일 뿐인 그 젊은 직원은 꼬인 답변을 내놓았다. “사전에 스크린해서 우호적인 기자만 부르기로 한 지침 때문”이라는 답변이 들렸다.

아!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그런데 일반 신도와 함께 예배의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어 패찰이 큰 의미가 없음에도 굳이 이러한 지침으로 기자들로부터 감정을 살 이유가 있을까? 무슨 대단한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지, 아니면 잔존하는 교회갈등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일까?

교회본당으로 들어갔다. 입당예배가 진행되고 있는 본당은 한 눈에 봐도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예배당이라는 느낌보다는 ‘고급스런 백화점이나 호텔같다’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웅장하고 세련되며 고급스러움으로 인해 현대식 고급 오페라장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지하전층과 지상전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 웅장한 예배당 내부와 대형스크린, 고급스런 실내장식과 시설에 압도된 탓일까?

6500여명이 한꺼번에 예배드릴 수 있는 지하 2층부터 지하 4층까지의 본당. 본당의 메인인 아래층은 비교적 평평하고, 2, 3층은 층계식이다. 강단을 중심으로 타원형이고, 기둥이 없는 공법으로 지어졌다.

2010년 6월 건축을 시작해 3년 5개월 만에 완공된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은 지하 8층부터 지상 14층까지 연면적 6만7000여 제곱미터(약 2만300여평)로, 북측 미션센터 8층(사역공간)과 남측 드림센터 14층(교육공간) 등 지상 2개동 건물과 지하 예배공간(워십센터)으로 구성됐다.

지상 2개동 건물 중 북측 미션센터는 교회 각종 사무실 등 행정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으며, 남측 드림센터는 교회학교 예배 공간 등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고 교회는 설명하고 있다.

▲ 단 뒤 대형 스크린 3개와 스테인글라스

강단 뒤는 초대형 스크린 세 개가 연달아 있다. 가운데는 순서나 성경, 찬송가 자막을 띄우고, 좌우 스크린에는 설교자 등 순서자나 예배드리는 교인, 성가대 등의 영상이 담기고 있었다. 스크린 위로는 스테인글라스가 화려함을 더했다.

실내에 설치된 이런 대형 스크린을 국내에서 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대형스크린이 놀랍긴 하지만 과연 저 장치를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경비가 어느 정도 드는지 궁금하다.

영상과 결합된 입당예배 순서가 차질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잘 짜인 한편의 오페라를 관람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사랑의교회는 1부 ‘워십-엎드립니다’, 2부 ‘셀레브래이션-감사합니다’, 3부 ‘비전과 미션-섬기겠습니다’라는 순서로 이날 입당예식을 진행했다. 국내외 유명 목회자 22명이 순서를 맡았다.

예장합동 안명환 총회장이 예배 설교순서를 맡았고, 김장환 목사가 축도했다. 김삼환 목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대독) 등 6명이 축사를 전했고, 진익철 서초구청장도 순서를 맡았다.

사랑의교회는 3부에서 발표한 비전나눔 및 선언에서 “교회는 상당한 건축비를 들였”지만 “이것들은 우리에게 낭비가 아니라 기쁨이었다”고 밝혔다. 천문학적인 교회당 건축비가 “예수님 때문이고 이웃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웃을 사랑하기에 많은 돈을 들여 건축했다? 사랑의교회가 밝히는 취지를 좀 더 따라가 본다.

“새 예배당은 설계에서부터 이미 글로벌 광장과 1층 카페를 시민들의 휴식과 만남의 공간으로 계획”했고 “어린이집, 사랑아트홀, 사랑아트갤러리, 그리고 결혼예식을 위한 언약채플 등의 시설을 통해 이웃 섬김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또 어린이집을 구청에 기부체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1만여명의 성도들이 사랑의 헌혈에 지원”한 것은 “단일기관으로서는 지금까지 그 유례가 없다”는 자랑도 덧붙였다.

▲ 사랑의교회 건물 외관

“이웃사랑을 위해 상당한 건축비를 들였다”(?)

구 예배당은 어떻게 사용한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는 “지난 35년간 사랑의교회 성도들의 믿음의 요람이자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위한 제자훈련의 산실이었던 강남예배당(구 예배당)을 한국사회와 교회를 위해 대사회적 공공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예배당은 제자훈련의 선교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고 옥한흠 목사 기념관과 한국사회 및 교회, 그리고 지구촌의 소외된 이웃들을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섬기기 위한 글로벌 섬김 센터와 다문화사역을 실천하기 위한 사역의 허브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옥한흠 목사가 시작해 뿌리를 내려 지금의 사랑의교회를 있게 한 ‘제자훈련’이 무형의 예수 그리스도 정신이 아닌 유형의 건물로 인식되는 듯한 설명 속에서 ‘사랑의교회=제자훈련’ 등식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두 시간여의 공식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지상 4층 국제회의실에 도착했지만 또 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기자패찰이 없는 기자들은 입장할 수 없다는 실무자와 그 이유를 묻는 기자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

도시락 하나 먹자고 그런 상황을 지켜보기도 뭐해서 실무자에게 쓴소리 한 마디를 한 후 패찰을 넘겨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참 상황도,그런 지침을 내린 교회 지도자들도 고약스럽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채 말이다.

밖으로 나와서야 완성된 사랑의교회 외관을 마주했다. 웅장했다.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에 화려한 외관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가지 않았다. 강동구 임마누엘교회의 유리외관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시계탑인지, 십자가탑인지 모를 조형물만 없다면 누가 교회당이라고 여길까? 속과 성의 파괴라고 이해해야 하나? 다양한 생각으로 감정의 선이 복잡하다. 크기변환_현수막

길 건너편으로 교회당 건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 몇몇이 현수막과 피켓을 든 것이 목격됐다.

“거짓으로 지은 교회 하나님이 기뻐 받으실까요?”라는 문구에 이어 “약속 어기고 빌린 추가 건축비 1100억원도 성도들 헌금으로 갚으실 건가요?”라는 현수막이 눈이 띤다. 이들이 주장하는 ‘거짓’과 ‘1100억원의 진실’은 무엇일까?

피켓 문구에도 눈길이 간다. “왜 옥한흠 목사님은 오정현 목사님을 부산고, 경희대 출신이라고 소개하셨나요”, “오정현 목사님 포체스트룸, 바이올라 박사논문 표절 맞지요?”라는 피켓에서 왜 이들 교인들이 ‘거짓’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 교회당 도로 맞은 편에서 오정현 목사와 건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교인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었다

그렇게 2시간여의 사랑의교회 입당감사예배 취재를 끝내고 늘어진 토요일 오후를 꿈꾸며 귀가 길에 올랐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본격적인 메가처치의 대열에 뛰어든 사랑의교회. 작은 교회들의 수많은 교인들을 흡착기처럼 빨아들일 것은 불 보듯 명확하다. 서초나 강남지역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옥한흠 목사 시절 ‘제자훈련’이라는 나름 신선한 프로그램과 건강한 교회상을 인정받았던 사랑의교회가 오정현 목사 시대에 이르러 서초예배당 시대를 열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과연 옛 정신을 그대로 이어갈지, 아니면 대형교회 맘모니즘의 전형을 보여줄 지 궁금하지만 건축물 속에서부터 후자예측으로 쏠리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본지 제휴 '기독교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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