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교회의 재부흥과 선교동력화를 위한 신앙축제

10월 12일(토), 하이델베르크 성령교회(Heiliggeistkirche)에서 19세기 독일교회 영적각성운동을 주도한 알로이스 헨회퍼목사를 기리는 헨회퍼의 날(Henhöfertag) 신앙축제가 바덴주교회 국내선교국(Missionarische Dienste)과 하이델베르크교구(Dekanat Heidelberg)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알로이스 헨회퍼목사(Pfr. Aloys Henhöfer)는 19세기 독일 경건주의 운동의 영향을 입어 성경에 기초한 “순수한 복음”(das reine Evangelium)을 추구하던 중 카톨릭사제에서 개신교목사로 이적해 온 복음주의 설교가로서 당시 바덴지역 신앙각성운동(Erweckungsbewegung /Awakening Movement)의 기수였다.

당일 행사에는 헨회퍼목사의 경건(Frömmigkeit)과 선교정신을 계승해 영적으로 위축된 독일교회의 재부흥과 선교동력화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용기를 가지고 신앙생활하기’(mit Mut glauben)라는 주제 하에 약 200 여명의 독일교회 목회자와 평신도지도자들이 참석하였다.

행사가 열린 하이델베르크 성령교회는 금년에 450주년을 맞이하는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Heidelberger Katechismus)이 선포된 장소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 종일 열린 헨회퍼의 날 신앙축제는 신앙대담(Gespräche)과 주제별 워크샾(Workshop) 그리고 영적 집회와 가스펠 합창공연 등 시간대별로 독일교회의 회복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열기가 가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오전 프로그램은 ARD, SWR, HR, DRadio 등 국영 TV 방송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안드레아스 말레사(Andreas Malessa)가 인생의 목적, 신앙의 의미를 주제로 대담 프로그램을 인도하였다.

오후에는 ‘독일교회의 회복’을 위한 핵심이슈를 6개 분과로 나누어 워크샾을 가졌는데 분과별 소주제는 다음과 같다.

‘로컬처치의 지역사회 선교를 위한 선교적 교회화’(missionarische Gemeinde)
‘이웃을 위한 기독교사회봉사 강화’(Diakonie)
‘교회 내 성인 신앙성장 교육’(Kurse zum Glauben)
‘아동 청소년을 위한 기독교교육’(Kinder und Jugend)
‘기독교 전통의 재해석과 에큐메니칼’(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 450주년, Ökumene)
‘이주민교회와 독일교회와의 동반자적 협력’(Miteiander geschwisterliches Leben)

그리고 워크샾 후에는 베를린 도시선교회(Berliner Stadtmission) 소장 한스-게오르그 필커목사(Pfr. Hans-Georg Filker)의 신앙 집회와 하이델베르크 교구장 말레네 쉬베벨-훅목사(Dekanin Dr. Marlene Schwöbel-Hug)가 인도한 가스펠합창단 공연 등의 축전행사(Festanstaltung)가 열렸다.

▲ 헨회퍼의 날 신앙축제 ‘독일교회와 이주민교회의 협력’ 워크샾에서 '한국교회의 경험과 영성'에 대해 발제 중인 필자

특히 저녁 집회에서 말씀을 전한 필커목사는 베를린 중앙역 부근의 노숙자, 청소년, 외국인들을 위해 다년간 선교활동과 디아코니 사역을 해온 이로서 행사 팜플렛에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서의 우리 시대의 복음 증거자'(zeitgemäße Verkündigung des Evangeliums auf ungewöhnlichen Wegen)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사역대상과 선교방식 만이 기존의 고답적인 분위기를 지닌 독일교회 목회자들과 비교해 독특했을 뿐만 아니라 설교 역시도 국가교회 전통의 목회자들과 달리 시종일관 열정적인 에반젤리스트의 톤과 내용으로 집회를 인도하였다.

그간 독일교회와의 협력사역을 비교적 깊숙이 해 오고 있다고 자임해 온 본인으로서도 독일교회 저변에 흐르는 경건주의 전통이 이 정도로 내면화 된 설교자와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점심식사 후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 전개된 워크샾 가운데 ‘이주민교회와 독일교회와의 동반자적 협력’(Miteiander geschwisterliches Leben) 분과에서의 일이다.

워크샾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한스-마틴 쉬테페목사(Kirchenrat Hans-Martin Steffe)가 ‘현지교회와 이주민교회 협력’ 분과가 모인 하이델베르크교구청(Dekanat Heidelberg)을 방문하였다.

참석자 모두는 이번 ‘헨회퍼의 날’ 행사를 총괄하는 바덴주교회 국내선교국 총무인 그가 여섯 개 분과를 순회하는 중 협력분과를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는 모두의 예상과 다른 인사말을 전하였다.

"독일교회의 회복을 위해 그간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방법을 시도하였다. 이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이주민교회, 특히 한국교회의 경험과 영성을 이 자리에서 배우기를 원한다. 우리가 한국교회에 대해 배우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한국을 가야하고 또 한국어를 습득해야 하는데 그 곳에 가지 않고 언어를 익히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이 자리에서 멀리 극동아시아에서 온 한국교회의 경험을 배울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저녁집회가 시작될 때 까지 (이미 익숙한 다섯 개) 다른 분과를 방문하지 않고 이 방에 계속 머물겠다."

그러지 않아도 현지교회와 이주민교회 협력분과를 이끌며 한국교회에 대해 소개하는 책임을 짊어진 본인으로서는 어떤 내용을 어느 선까지 전달해야할 지 준비하면서도 부담감이 있었는데 언급해야 할 발제내용을 명확히 짚어 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의 인사말 안에는 독일교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려진 1960-70년대 독일사회 경제부흥기에 독일인들이 경시하는 이른바 3D 업종분야의 외국인노동력으로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에 왔다. 금년으로 내독 50주년을 맞이하는데 당시 작가 막스 프리쉬(Max Frisch)가 ‘우리는 단지 노동력을 불렀다, 그런데 인간이 왔다’(Man hat Arbeitskräfte gerufen und es kammen Menschen!)라고 시대상을 표현한 것처럼 한국인들은 이 곳 에서 삶의 둥지를 틀었고 자신들의 고유의 영성을 지닌 디아스포라 신앙공동체를 형성하였다.”

▲ 헨회퍼의 날 신앙축제, 하이델베르크 성령교회

이러한 서두로 시작하여 독일(유럽)교회의 회복을 위한 협력자로서의 디아스포라 한인교회의 역할, 과거 서구교회가 해 온 일방적 원조와 도움으로서의 파트너쉽이 아닌 서구교회와 비서구교회가 받은 은사와 경험을 상호간에 나누고 배우는 성숙한 동반자적 관계(Muture Partnership), 유럽 현지교회와 이주민교회 양 교회 모두의 주인 되시는 유럽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선교전략(Divine Conspiracy) 등에 대해 발제를 하였다.

특히 2012년 가을, 독일 바덴주교회 방문단을 이끌고 한국교회를 방문할 당시 방문단 스스로가 정리한 한국교회 부흥의 원동력 세 가지(말씀 중심, 새벽기도, 교인들의 적극적 참여)를 소개하며 이러한 가시적 현상의 근원에는 한국교회의 성서적 복음주의적 영성(koreanische bilblisch-evangelische Spiritualität)과 유럽교회가 경험하지 않은 고난의 영성이 본질로 놓여 있음을 강조하였다.

워크샾의 결론으로 내년도에 바덴주교회 내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교회 영성(말씀, 기도, 참여)을 소개하는 3개월 기간의 본격적인 교육프로그램(Glaubenskurs)을 개발하기로 하였다.

종교개혁의 종주국이면서도 사회전반의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 영적으로 약화되고 선교동력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독일교회를 옆에서 바라보며 늘 안타까운 마음을 지녀왔는데 이번에 직접적으로 독일교회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샾을 통해 한국인 목사로서 독일(유럽)교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대화하며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독일(유럽)교회가 자신들의 문제를 영적으로 자각하여 18-19세기 독일경건주의의 열매인 영적 각성운동과 세계 선교운동을 재조명하며 오늘에 계승하고자 하는 회복운동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기쁘고 감사하다.

이번 워크샆을 통해 독일교회의 재부흥과 선교동력화를 위한 대안을 찾는 일이 단지 선발 서구교회가 재부흥하고 회복하기 위한 길일 뿐 만이 아니라, 정체기를 넘어 쇠퇴기에 들어선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이제까지의 서구적 기독교 모델을 넘어서 후기 기독교 사회(Post-Western Christianity)에 부합하는 미래교회의 모델을 모색하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오랜 역사와 전통, 신학적인 깊이를 지닌 독일(유럽)교회와 상대적으로 신생교회이지만 역동적인 영성과 선교동력을 지닌 한국교회와의 만남과 교류는 이를 통해 양 교회 모두가 상생(相生)하게 하시며 만인을 구원하시고자 하는(딤전 2:4) 하나님 자신이 행하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발현이다.

▲ 헨회퍼의 날 신앙축제 팜플렛(Fle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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